지방자치 부활 24년…19대 국회 23명, 당·국회 지도부 진출 많아져

여 정갑윤·김태호, 야 주승용·박기춘 등 대표적

"오픈프라이머리로 지방의원의 중앙진출 더 수월해질 것"

 

(동양일보) 최연소 도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던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이 집권여당의 새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되면서 지방의원 출신들의 중앙정치 무대 약진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원 신임 원내대표는 지방선거가 30년 만에 부활했던 1991년 28세의 나이로 경기도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인물이다.

●기초·광역의원 출신, 여당 14명·야당 9명 = 지방자치 부활 '원년'에 정치인으로서 첫 걸음을 뗀 셈으로, 그의 '성공 스토리' 자체가 지방자치의 성숙과 안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지방의원으로 출발한 지 20여년 만에 집권 여당의 원내 최고봉에 오른 그의 입지전적 스토리가 주목받는 이유다.

도의원으로 의정활동 경험을 쌓은 뒤 여의도로 무대를 옮긴 원 원내대표는 탄핵 역풍이 불었던 17대 국회를 제외하고 15·16·18·19대 국회까지 4선 고지에 오르며 어느덧 '중견 정치인'의 반열에 올랐다.

원 원내대표처럼 지방에서 정치에 입문해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동하는 19대 의원들은 여야를 통틀어 모두 23명이다. 전체 국회의원의 7.7%를 차지한다.

새누리당에는 기초·광역의원 출신이 총 14명이 있다. 핵심 당직을 맡아 눈에 띄는 활동을 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우선 원 원내대표뿐 아니라 현재 여당 몫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된 친박계 4선 중진의 정갑윤 의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남도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당 지도부 인사 중 이명박정부 때 최연소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던 김태호 최고위원,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을동 최고위원이 있다. 또 재선그룹에서는 김무성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과 부산에서 시의원과 구청장을 잇따라 지낸 유재중 의원이 있다.

기초·광역의원을 모두 거친 경우도 있다. 김무성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강석호 전 사무부총장은 포항시의원과 경북도의원을 차례로 거쳤고, 당내 소장파의 얼굴을 대표하는 황영철 의원은 홍천군의원, 강원도의원 경력이 있다.

초선에는 광역의원 출신으로 강기윤 오신환 이채익 함진규 의원, 기초의원 출신으로 김명연 이우현 의원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도 기초·광역 의원 출신이 9명이나 된다.

특히 텃밭인 호남이나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바닥을 다지며 경쟁력을 쌓아온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3선의 주승용 의원이 대표적인 '풀뿌리 정치인'이다. 전남도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그는 여천군수와 여수시장을 차례로 거치며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호남 대표주자로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호남에는 세 차례에 걸쳐 전남도의원에 당선됐던 재선의 이윤석 의원이나, 전북도의원을 시작으로 국회에 입성한 김성주 의원과 김윤덕 의원도 있다.

수도권에서는 3선의 박기춘 의원이 경기도의회 출신으로, 사무총장과 원내대표까지 두루 거치며 기초의원 출신의 대표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혁신위에서 활동 중이고 '을지로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재선의 우원식 의원도 서울시의원을 거쳤다.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재선의 백재현 의원은 광명시의원, 경기도의원, 광명시장 등 기초·광역 의원과 기초단체장을 두루 경험했다.

제주가 지역구인 3선의 김우남 의원도 제주도의원 출신이고, 초선의 김민기 의원도 용인시의원을 지냈다.

●지방의원 출신, 국회의원 충원 루트 자리잡아 = 이처럼 매 국회를 거듭할수록 지방의원 출신 국회의원의 배출 사례가 늘면서 기초·광역 의회가 명실상부한 국회의원의 '산실'로 자리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정부부처의 고위 관료나 판·검사와 변호사, 대학교수를 비롯해 각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들이 총선 때마다 '물갈이'라는 명목으로 국회에 대거 입성하곤 했으나 또다른 '정식 코스'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지방의원 출신들은 생활 정치를 체화한 점 등 강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여야가 공천제도로 '오픈프라이머리'를 검토하는 분위기여서 앞으로 지방의원의 중앙정치 무대 진출이 더욱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방정치 경험자의 중앙정치 약진에 대해 "바람직하다"며 "정치는 훈련이 필요한데 유권자를 어떻게 대하고 의정활동을 어떻게 할지 노하우와 경험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우리 지방자치에서 경험을 쌓고 의정활동을 잘한 사람들이 중앙무대로 오는 '정치인 충원'의 중요한 토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당 내부의 충원 메커니즘이 없어서 밖에서 수혈해왔는데 정당 조직을 경험한 이들을 자체 충원하는 절차가 생겨 긍정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중앙정치만 오래 하던 사람들은 중앙권력에 길들여져 있는데 지방정치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터득하고 지방정치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 중앙정치에 진출하면 권력을 행사할 때 민주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방정치 경력을 쌓은 사람들의 중앙정치 진출은 우리나라 정치발전의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