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불이 나간 전구를 오래 바라보고 있을 것
자판기 반환구에 이따금씩 주머니에 있던 동전들을 모두 털어둘 것
토끼에게 콘택트렌즈를 먹이로 줘볼 것
오랜 줄을 기다렸다가 차례가 되었을 때 돌아서볼 것
아는 길을 물어, 물어 찾지 못해 헤매어 볼 것
제 살 어딘가를 딴 곳 인 듯 오래 깨물어 흔적을 만들 것
도통 알 길이 없는 외국어로 강의를 경청해 볼 것
물어뜯은 손톱 대신 먼저 웃을 것
책장에게 물을 줘볼 것
모르는 사람을 향해 내 이름을 힘껏, 불러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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