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관악기 제작 장인 김태현 국내 첫 개인

▲ 김태현 전통관악기 제작자가 황죽을 이용해 만든 대금과 소금, 단소.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대금 제작을 시작한 지 30년만에 김태현(53ㆍ청주시 상당구 중앙로 32-1 4층 범천공방ㆍ☏043-909-2233) 전통관악기 제작자가 악기전시회를 갖는다.

전통관악기만으로 개인전을 여는 국내 첫 번째 전시이자 지난해 독일 드레스텐 한국문화페스티벌과 베를린문화원 초청 전시 이후 열리는 그의 두 번째 전시다.

“전통 관악기 전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생각에 그동안 전시하는 것을 망설였는데 지난해 독일 전시로 용기를 얻어 작품전을 마련했습니다. 전시를 통해 악기뿐만 아니라 최고의 소리를 담고 싶어 하는 제작자의 마음까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28일까지 현대백화점 충청점 갤러리H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그는 오래 묵은 황죽으로 만든 대금과 소금, 단소 30여점을 선보인다. 김 제작자의 악기 만드는 과정도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20대 초반, 지인이 대금이나 단소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주고, 부는 방법을 설명해 주는 모습을 보고 관악기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는 김 제작자. 워낙에 손재주가 좋아 금방이라도 좋은 악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당시 악기제작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드물었고 주로 연주자들이 자신이 불 악기를 만들어 사용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악기제작기법을 배우기 어려웠다.

마음먹은 것은 꼭 해내고야 마는 성격인 그는 그때부터 악학궤범과 삼국유사 등을 찾아 독학으로 악기 제작에 매달렸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응서 대금연주자가 그에게 종종 악기 만드는 법을 알려주긴 했지만 그는 대나무와 부딪치며 비로소 깊은 울림을 낼 줄 아는 악기와 만났다.

겨울이면 좋은 대나무를 찾아 전국 팔도를 누빈 것도, 밤새 옛 고서를 뒤져 전통악기 만드는 법을 익힌 것도 좋은 거름이 됐다.

관악기 제작자로서 그의 유일한 꿈은 언제나 최고의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드는 것이다. 악기제작자가 정성을 다해 만들고, 연주자가 혼신을 다해 불면 그 소리는 분명 사람의 마음에 닿는다는 생각에서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소리가 나는 악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혼신을 다해 만든 악기로 연주자가 연주했을 때 사람들의 지친 마음까지도 위로할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김 제작가는 1963년 오창 출생으로 중요무형문화재 20호로 대금정악이수자다. 1985년 대금제작을 시작해 최근까지 청주에서 범천공방을 운영하며 1000여자루의 전통관악기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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