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업체 지능형 로봇 등 6개 품목 구매 압력 적발
업무상배임 혐의 경찰 고발…관련자 31명 징계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도교육청 공무원들의 물품 구매와 관련된 비위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9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능형 로봇 구매 비위’로 입건된 공무원이 물품 구매와 관련된 또 다른 비위가 드러났다.

이 때문에 도교육청의 납품과 관련된 비위가 우발적이거나 일회성이 아닌 오랜 관행으로 뿌리박힌 조직적 비리가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광범위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교육청은 특정업체의 물품을 구매토록 일선 교육지원청 담당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는 전 예산담당 사무관 이모(57·현 서기관)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이씨는 지난 3월 지능형 로봇 납품권을 특정업체에 몰아준 혐의(업무상 배임)로 불구속 입건돼 현재 직위해제 조치된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교단 선진화사업 입찰에 참여한 A로봇 제조업체가 도내 40개교에 로봇 40대를 납품할 수 있도록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시중에서 1600만원에 거래되는 로봇 1대의 가격을 4000만원으로 부풀려 결과적으로 A업체가 부당 이득을 챙기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이씨의 지인으로 A업체와의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정모(56)씨 등 2명을 입찰 방해 혐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A업체를 도우려 했을 뿐 뒷돈 거래는 없었고 윗선 개입 정황도 없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수사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도교육청은 경찰 수사를 계기로 자체 감사를 벌여 이씨의 추가 비위 정황을 포착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5월부터 특정업체의 구매가 편중된 것으로 조사된 건습식 진공청소기, 시근운동기구, 현미경, 자세교정 매트, 살균수 제조장치 등에 대해 특정감사를 벌였다.

이번 감사는 2012~2014년 이들 물품의 예산편성, 물품 구매, 활용 실태 등 전 과정에 대해 이뤄졌다.

그 결과 이씨의 주도로 일부 학교에서 특정업체의 물품이 포함된 현안 예산을 요구토록 제안하는 등의 방식으로 하향식 예산을 편성·지원한 것이 추가 확인됐다.

이씨는 해당 학교가 특정업체의 물품을 사도록 제품 소개서를 제공하는 등 업체와의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정황상 이씨가 이번에 드러난 비위는 물론 과거의 로봇 구매 비위와 관련, 검은돈 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핵심 관련자인 이씨를 중징계하고 본청과 교육지원청 예산업무 관계자 31명을 경고 및 주의 등 자체 징계 처분을 내렸다.

유수남 도교육청 감사관은 “이씨가 단순한 물품 홍보를 넘어 현안 예산을 요구하도록 권유했다는 일선 학교 관계자들의 진술이 나옴에 따라 그와 특정업체의 유착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유 감사관은 “이번 감사를 계기로 사업부서와 협의를 거쳐 사업명, 학교, 금액 등을 명시하지 않은 포괄적 예산편성을 지양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한편 부정·부패 관련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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