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했다는 식으로 추궁해 힘들다"…경찰 범행동기 못 밝혀

 (동양일보) 상주 '농약 사이다' 음독 사건의 피의자 박모(82·여)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오는 20일 열린다.

대구지법 상주지원 강영재 당직판사는 19일 검찰이 청구한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 서류를 검토한 뒤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영장발부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영장전담판사 구속여부 결정

20일 오후 1시 30분에 하는 영장실질심사는 영장전담인 진원두 판사가 맡을 예정이다.

따라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저녁에 결정날 전망이다.

그러나 박 할머니를 면회한 사위는 "장모님은 '내가 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자꾸 범행했다는 식으로 추궁해 너무 힘들다. 농약에 관해서는 정말 모르는 일'이라고 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상주경찰서는 지난 18일 농약 사이다 사건 용의자로 체포한 박 할머니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할머니는 지난 14일 오후 2시 43분께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리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6명이 나눠마신 사이다에 고독성 살충제를 탄 혐의를 받고 있다.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6명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가운데 신모(65)씨만 의식을 되찾았을 뿐 정모(86)씨 등 2명이 숨졌고 한모(77)씨 등 3명은 위중한 상태다.

그러나 박 할머니가 마을회관에 들러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사이다에 살충제를 집어 넣은 시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 구체적인 혐의 내용

박 할머니는 일행 가운데 한 명이 사이다를 건넸지만 "집에서 마를 갈아 넣은 음료를 먹고 와 배가 부르다"며 거절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 17일 박 할머니 집에서 살충제가 든, 뚜껑 없는 드링크제를 발견해 할머니를 용의자로 보고 검거했다.

사이다와 드링크제의 살충제 성분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살충제는 2012년 판매금지된 고독성 농약이다.

사건 현장에서는 1.5ℓ 사이다 페트병에 드링크제 병뚜껑이 끼워져 있었다.

또 살충제가 남은 드링크제와 할머니 집에 보관된 드링크제들의 유효기간이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박 할머니 집의 뒤뜰 담 부근에서 살충제병이 든 검은색 비닐봉지를 찾아 결정적인 증거물로 압수했다.

이 농약병 겉면에는 6명이 마신 사이다에 든 살충제와 같은 제품의 명칭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 할머니 집 안에서 살충제 병과 살충제를 옮겨 담은 드링크제가 모두 나온 것이다.

경찰은 또 사건 당일 박 할머니가 입은 옷과 타고 다니던 전동스쿠터 손잡이에서 범행에 사용한 살충제와 같은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통보를 받았다.

사건 발생 후 박 할머니의 행적과 여러 진술 등에서도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 박 할머니와 변호인 주장

하지만 박 할머니는 "농약은 내가 구입한 적이 없고, 그 농약이 뭔지 모른다.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 같다"며 여전히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박 할머니의 한 가족은 "홀로 사시면서 마당에 작은 텃밭을 일구시는데 올해 가루 제초제를 사 드린 적이 있지만 경찰이 발견했다는 살충제는 전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 변호인 측은 "옷 등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온 것은 사건 당일 사이다를 마신 한 할머니 입에서 거품이 나왔기 때문에 이를 닦아 주다가 묻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의 지시를 무시하고 대구로 달아났다는 부분은 수긍할 수 없다"면서 "경찰에 대구 자식 집에 간다고 연락처까지 남겨주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지 못한 상태다"며 "영장이 발부되면 추가 조사를 통해 범행 동기는 물론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일부 주민 마을 떠나

농약 사이다 사건이 일어난 금계리 주민들은 외부인들과 접촉를 꺼리고 있다.

일부 주민은 아예 집을 비운 채 가족이나 친척이 사는 다른 지역으로 임시 떠나 마을은 적막감마저 감돌고 있다.

한 주민은 "말 꺼내기조차 무서운 독극물 사건이 발생했다고 하니 주민들이 너무나 황당해 하고 있다"면서 "홀로 사는 일부 주민은 무섭기도 해 거처를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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