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순

남편 죽고 고등얼 팔았어 뭐 달리 할 게 있어야지 자식들은 싫다는데 난 이 비린내가 좋아 달빛에서도 다 비린내가 난다니까

사남매가 다라이에 올라앉아 칭얼대는데 고등언들 온전했겠냐구 이리저리 뒹굴다 밤이면 끙끙 앓는 소리를 하곤 했지 그때 내 나이 갓 서른 댓이었는데 치근대는 남자가 왜 없었겠어 늦은 밤 사립문이 흔들려 나가보면 마루에 쌀푸대가 놓여 있곤 했지 남편 친구 김씨였어 그때만 해도 죽은 친구 식솔들 챙기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밤 미친개처럼 마구 달겨드는 거여 넵다 다라이를 뒤집어 씌웠지 달도 놀란 눈으로 내려다 보더라구

땅에 뒹굴던 고등얼 쓸어 담아 찬물을 끼얹구 끼얹구 하면서 참 많이두 울었어 밤새 비린내가 지 혼자 떠돌아 다니더라구 달빛처럼 말야 가끔 달 밝은 밤엔 그 사람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달빛만 찰랑거리다 갔지

지금 생각해 보면 고맙기두 해 그날 그 고등어로 새끼들 입히구 공부시키구 시집장가까지 보냈으니 말야

맛나게 먹어 이게 그 고등어야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