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남홍길교수 "사람 노화·수명 연구에 기여할 것"

▲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남홍길 단장(DGIST New Biology 전공 Fellow 교수, 왼쪽)과 포스텍 생명과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 이승재 교수(가운데),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서미화 연구원(석박사통합과정)

(대전=동양일보 정래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예쁜꼬마선충(C.elegans) 연구에서 노화와 수명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새 효소를 발견하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수명을 18% 늘리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은 21일 식물노화수명연구단(단장 남홍길, DGIST 교수)이 포스텍(POSTECH) 연구진과 함께 예쁜꼬마선충에 있는 RNA이중나선분리효소(RNA Helicase)인 'HEL-1'이 생명체 수명 조절에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노화 조절과 관련해 DNA나 단백질 차원의 연구는 많았으나 RNA 구조와 기능에 근거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며 이 연구는 RNA 구조와 기능 조절에 중요한 RNA 이중나선분리효소가 수명조절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힌 연구라고 설명했다.

RNA 이중나선분리효소는 일부분이 이중나선 구조인 RNA를 외가닥으로 풀어주는 역할을 통해 RNA의 구조와 기능을 조절하는 효소이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노화 등에 관한 동물 실험모델로 널리 사용되는 예쁜꼬마선충에서 작용하는 전체 RNA 이중나선분리효소를 찾고 이들의 기능을 전반적으로 조사해 이 중 약 40%가 노화와 수명 조절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또 이들 RNA 이중나선분리효소 중에서 'HEL-1'이라는 특정 효소가 인슐린 신호조절 작용을 통해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중요 유전자군인 'FOXO 전사 조절인자'를 활성화해 수명연장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연구진이 야생형 예쁜꼬마선충에서 HEL-1을 과다발현시키자 수명이 최대 18%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야생형 예쁜꼬마선충보다 2배 이상 오래 사는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에서 HEL-1 효소 단백질의 기능을 저해하자 수명이 약 39%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HEL-1 효소 단백질 및 이와 상호작용하는 FOXO 전사조절인자는 사람 등 많은 생명체에 진화적으로 잘 보존된 단백질이라며 이 연구가 사람의 장수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찾고 노화 조절 물질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남홍길 식물노화수명연구단 단장은 "이 연구는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RNA 구조 및 기능 변화를 통한 노화와 수명 조절이라는 새 패러다임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진화적으로 생명체에 잘 보존된 기전인 만큼 사람의 노화 및 수명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단장(공동교신저자)과 포스텍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공동교신저자), IBS 서미화 연구원(석박사통합과정, 제1저자)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7월 21일자)에 게재됐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