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추가 연구로 조기진단과 치료 가능할 것"

(동양일보) '소아 뇌졸중'으로 알려진 모야모야병의 새로운 원인 유전자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김승기 교수와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이지연 교수 공동 연구팀은 모야모야병 환자군과 정상인(대조군)의 말초혈액 내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RALDH2'라는 유전자의 발현량 차이가 모야모야병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학회가 발간하는 '동맥경화·혈관생물학지' 최근호에 발표됐다.

모야모야병은 어린이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특별한 원인 없이 뇌의 주요 혈관이 서서히 막혀서 허혈성 뇌손상 혹은 뇌졸중을 일으킨다.

1957년 일본 학자들이 처음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는데, 뇌혈관이 막히면서 작은 혈관들이 뇌 아래쪽에서 새로 자라 올라가는 모양이 연기가 피어나는 모양과 같다고 해서 일본어로 '모야모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질환은 전 세계 환자들의 90%가 한국과 일본에 집중돼 있지만, 아직 그 이유가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혈관형성에 관여하는 '혈관내피전구세포'(EPC)의 기능 이상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건강한 대조군의 혈관내피전구세포 내 RALDH2 유전자 발현량이 환자군보다 4.2배가량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RALDH2 유전자는 원래 비타민A 파생물질인 '레티노익산'(retinoic acid, RA)의 생체 합성에 관여한다.

실제로 환자군에서 채취한 혈관내피전구세포에 레티노익산을 보충하자 이 유전자의 발현량이 정상 대조군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됐다.

반면 정상 대조군의 혈관내피전구세포에서 RALDH2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자 환자군과 비슷한 기능 이상이 유발되는 것으로 관찰됐다.

김승기 교수는 "현재 모야모야병은 좁아진 뇌혈관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고, 수술로 혈류의 우회로를 만들어 뇌혈류를 보충하는 치료가 유일하다"면서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원인 유전자와 치료 약제를 개발하면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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