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서원구 내 18개 버스정류장에 동시 게시

 

푸른 푸른 하늘엔/별님 동무 살고,/ 반짝반짝 밤마다/애기하고 놀고.//푸른 푸른 바다엔/고기 동무 살고,/철썩철썩 날마다/헤엄치고 놀고.//별님 동문 바다까지/내려오고 싶고,/고기 동문 하늘까지/올라가고 싶고. (권태응 시 ‘별님 동무 고기 동무’)

기다림만이 가득했던 공간, 버스정류장이 시가 있는 문화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한다. 수시로 들고 나는 버스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시민들의 시선 끝에는 이제 버스 번호 대신 시가 매달린다. 어린 아이의 맑은 눈으로 노래하는 동요와 동시들이 팍팍하고 고단한 서민들의 삶에 쉼표를 찍는다.
최근 청주시 서원구 내 18개 시내버스 정류장에 동요와 동시가 게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청주대 국어교육과와 한글세종문화연구원은 ‘청주시와 함께하는 동시동락(童詩同樂)’ 사업의 일환으로 충북을 연고로 한 작가와 작곡가들의 동시, 동요를 선별, 버스 정류장에 게시했다. 주로 사직사거리, 청주체육관, 시계탑, 중앙여고, 사창사거리, 청주고, 충북대 중문, 사창사거리 등 시민들의 이용이 많은 18개 버스 정류장에 시를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옥천 출신 정지용(1902~1950) 시인의 ‘홍시’, ‘할아버지’, 제천에서 활동한 권오순(1919~1995) 아동문학가의 ‘구슬 비’, ‘민들레’, 충주 출신 권태응(1918~1951) 시인의 ‘감자꽃’, ‘오리’ 등 18편의 동시, 동요를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시인 오장환(1918~1951·보은), 권구현(1898~1938·영동), 작곡가 정순철(1901~?·옥천), 한용희(1931~2014·청주) 선생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일반적으로 기존의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게시되는 현대시가 아닌 충북을 연고로 한 작고 문인의 동시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 사업을 주관한 황경수 한글세종문화연구원장(청주대 국어교육과 교수)은 “기존의 버스·지하철 정류장의 경우 유명 작가의 현대시나 시조 등을 게시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며 “그런데 짧은 시간에 작품 전반을 읽기가 수월하지 않으며 이내 잊어버리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동시를 게시 대상으로 삼을 경우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요와 동시에는 저자 소개를 첨부해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 글자체는 훈민정음체를 사용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지난 20일 설치가 완료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청주시청과 서원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버스정류장에 게시된 동시에 대해 호평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청주시민 김승구씨는 “버스를 기다리며 동시를 접하니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며 “충북 지역 시인들의 동시인 것 같던데 지역 홍보도 되고, 시민들에게도 유익한 것 같다. 많이 늘어나서 여기저기에서 동시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로 시작하는 동요 ‘고향땅’의 작곡가 한용희 선생은 청주 출신이지만 정작 청주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며 “지역 작가들과 그들이 창작한 동요와 동시를 버스 정류장에 게시함으로써 도민들에게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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