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관석(편집국 부국장 / 음성지역담당)

▲ 서관석(편집국 부국장 / 음성지역담당)

최근 공직자를 비롯해 농협 등 모든 공공기관에서 반부패 청렴서약서를 제출하는 신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렴서약서나 결백각서를 쓰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198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서약서는 두 가지 뜻이 있다.
그 하나는 당사자 간에 합의하에 맺어진 계약의 전반을 모두 이행하는 것을 확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전자는 양심적인 약속보다는 구속력이 강하고 법적인 계약보다는 약한 반자율, 반강제다.
후자는 철두철미 자기가 자신에게 구속력을 가하는 자율과 양심 영역의 맹세다.
비리를 범하고 안 하고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깊은 맘속의 일이기에 외부에서 제재하기란 한계가 있다.
때문에 서약서를 썼다 해도 그것에서 받는 물리적 구속력도 보증할 길이 없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방산비리에 대한 근본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가 안보를 담보로 하고 있는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특별법을 제정해 비리행위자에 대해서는 ‘패가망신’에 준하는 강력하고 철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사청의 비리 사업 규모는 9809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해군이 8402억원으로 비리 규모가 가장 컸다.
공군은 1344억원, 육군은 45억원, 방사청은 18억원 규모 비리가 적발됐다.
실제로 방사청은 지난 4월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에서 2006년 방사청 출범 이후 비리로 처벌받은 직원 22명의 75%가 5년 이상 한 부서에서 근무한 실무자들이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군 당국은 국가 안보를 뒷전으로 내팽겨 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한 방산비리가 계속 드러나면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방산비리로 잘못된 무기가 실전 배치되면 전투나 전쟁에서 패배하는 건 불 보듯 뻔하고, 국가 안보마저 위협하는 이적 행위나 다름없다.
방사청은 이제야 무기중개상으로부터 ‘청렴서약서’를 받아 이를 어기면 무기중개상뿐 아니라 이들과 계약한 방산업체에도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제시 했다.
방사청 내부 감시체계 강화를 위해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하는 제도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비리를 저지른 업체나 사람, 계약 이행 여부 실적, 세금 포탈 여부 등의 자료를 모두 입력해 특정 무기획득 사업에 이런 부정이 있는 업체나 사람이 참여할 수 없도록 데이터를 통해 골라내겠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내가 보는 나보다 남이 보는 나를 너무 의식하고 거기에 가치를 더 두는 성향이 있다.
나의 본질을 살기보다 남의 판단에 좌우되는 타인 지향의 일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공원의 꽃을 꺾고 산에 쓰레기를 버리는 데 죄책감을 느끼기 이전에 남이 나의 행위를 보느냐 보지 않느냐를 보다 중요시 한다.
실력보다는 학력이 중요시되고 또 나의 형편은 생각하지 않고, 보다 고급품을 몸에 지니려는 한국인의 개연성도 이렇게 남이 보는 나를 살기 때문이다.
뇌물도 타인을 의식하고 받고 안 받고 해서는 안 되고 청렴서약서도 남이 쓰니까 나도 쓰는 서약서이어서는 안 된다.
또 남들로부터 구속을 받으니까 오직 비리를 범하지 말아야겠다고 해서도 안 된다.
남이 보건 말건, 알건 모르건 남과는 절연된 순수한 나의 영역에서의 서약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반부패 청렴 서약서 쓰기가 희망적인 결과가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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