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 박물관 ‘어린이 동(童)-미래의 희망을 보다’ 특별전

▲ 장욱진 작 ‘닭과 아이’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대한민국 광복 70년, 언제나 이땅의 주역인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가 마련된다.

국립청주박물관은 광복 70년 기념으로 오는 30일부터 10월 18일까지 ‘어린이 동(童)-미래의 희망을 보다’ 특별전을 개최한다.

어린이의 가치를 존중하고 교육의 방향을 제시코자 마련한 이번 전시는 어린이를 소재로 한 고려청자 등 전통 미술 작품과 이중섭·장욱진 등 근현대화가 미술 작품, 조선시대 어린이 교육 서적, 청주 시민의 사진 자료 등 모두 110여점을 5부로 나눠 구성된다.

특히 이번 전시작품 중 이수억의 ‘구두닦이 소년’, 이중섭의 ‘바닷가의 아이들’, 장욱진의 ‘닭과 아이’, 권기수의 ‘옥순(玉筍-Spheric World’, 진익송의 ‘Timeless Door Metempsychosis’ 등을 눈여겨 볼만하다.

이수억의 ‘구두닦이 소년’은 어린이가 생활 전선에 내몰렸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다. 광복의 기쁨도 잠시, 1950년 한국전쟁으로 아이들은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야 했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생계를 짊어지게 된 어린 소년의 모습과 당시 사회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건물의 잔해 속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검정 고무신을 신고, 구두 통을 어깨에 메고 구둣솔을 왼손에 쥔 까까머리 소년은 허기가 느껴지는지 주린 배를 움켜쥐고 멍하니 서있다. 이 그림을 그린 이수억은 한국전쟁 때 국방부 종군화가로 활동하며 ‘폐허의 서울’과 ‘야전도’ 등의 종군 기록화를 많이 제작했다. 특히 피란민 행렬의 비극적 상황을 그린 ‘6·25동란’이 그의 대표작이다.

이중섭이 그린 ‘바닷가의 아이들’은 그가 1951년 무렵 제주도 피란 시절에 제작한 것이다. 네 아이가 물고기와 게를 잡으려고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줄을 이용해 대상을 서로 긴밀하게 연결시킨 화면 구성력이 탁월하다.

‘닭과 아이’는 천진난만하고 유아적이며 토속적 감성의 어린이 그림을 그린 장욱진의 대표작이다. 그의 그림은 아이가 그린 듯이 단순해 보이지만, 그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반영한 그림이다.

단순한 형태와 맑은 색채는 장욱진이 가졌던 자연과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 친밀한 시선을 더욱 강조한다.

장욱진은 천진성과 순수한 서정으로 어린 시절 상상력을 자극한다. ‘닭과 아이’는 아이가 닭을 타고 노는 꿈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생각되는 작품이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물인 수탉을 상서로운 동물로 탈바꿈시켜 의미를 부여했다. 아이의 엉뚱하고 밝은 상상의 세계를 화면에 펼쳐놓은 듯하다.

권기수의 ‘옥순(玉筍)-Spheric World’는 단양 옥순봉 모티브와 날아다니는 동구리를 조합한 것이다. 옥순봉은 조선시대 유람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화가들이 그림으로 많이 남긴 명소다.

권기수는 전통 미술에 관심이 많아 이를 변용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창조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되물으면서 시작할 수도 있다. 익숙하기에 무심코 넘어가는 대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해 가며 자신의 방식으로 접근하면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음을 말해 주는 작품이다.

진익송 충북대 교수는 ‘타임리스 도어(영원한 문)’ 라는 개념으로 시계와 문(門)을 이용하는 작업을 2008년부터 해오고 있다. 수많은 시계를 부착하여 작품에서는 비록 문이 하나뿐이지만 긴 인생의 시간 속에서 문들이 끝이 없이 중첩되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보는 사람마다 ‘문’의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 할 수 있다. 어린이에게는 인생에 놓여 있는 수많은 기회와 길로 해석할 수 있다. ‘Timeless Door Metempsychosis’ 작품에서는 그의 다른 시리즈와 달리 흰색 문 앞에 빨간 의자가 배치돼 새로운 문을 열기 전에 의자에 앉아 차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청주시민들의 어린 시절과 학창시설 사진 70여점을 통해 세대를 초월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문의=☏043-229-6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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