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철 전 진천군 부군수

 

모처럼 마트에 갔다. 식료품 매장에 중국산 참기름, 필리핀산 바나나, 호주산 소고기, 일본산 활어, 중국산 김치 등 다양한 나라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 농축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식당에서나 집에서 하루 세끼를 먹으면서 우리 먹거리를 찾기가 더 힘들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수입농축산물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국립환경 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푸드 마일리지1)1) 식품이 생산ㆍ운송ㆍ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과정에서 소요된 거리는 7085t/km로 739t/km인 프랑스의 10배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푸드 마일리지가 프랑스의 10배에 달한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이 순수한 우리 농산물로는 식탁을 꾸리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우리 식탁이 수입 농산물로 가득 차 있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농축산물은 멀리 이동할수록 방부제와 같은 화학적 처리 없이는 오랜 운송기간에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푸드마일리지가 높을수록 인체에 해롭다고 보아야 한다.

오래전부터 영국과 이탈리아, 미국에서는 로컬푸드 운동이 전개되었다. 로컬푸드(Local Food : 지역먹거리체계)는 ‘seasonal(제철에난)’ ‘fresh(신선한)’‘sustainable(지속가능한)’ 먹거리를 말한다.

이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영국은 런던기준 160km, 그외 지역은 48km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미국은 좁은 지역은 100km 큰 지역은 640km 이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서 건강한 삶을 누리자는 인간본연에 느림과 자연을 존중하는 것이 로컬푸드이다.

또한 미국에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은 자신에 주거지로부터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소비하는 지역 주민들에 건강을 지켜주는 운동이다.

일본에 지산지소 운동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한동안 신토불이라는 우리 먹거리가 좋다는 운동이 펼쳐졌지만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인 목표 제시로 외국농산물이 수입되면서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역에서 2009년부터 로컬푸드 운동이 시작되어 건강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국회에서 박민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지난 5월 통과되어 지역의 주체인 시·도와 시·군·구가 로컬푸드 운동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제도에 발맞추어 충북에서 처음 지난 7월에 개설한 진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과 같은 지역농산물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할 수 있는 장소가 충북과 전국에 확산되어 건강백세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제 우리 식탁에 푸드 마일리지가 지역에 로컬푸드 운동으로 줄어들고 우리 고장에서 생산된 싱싱하고 건강한 농산물이 식탁에 주인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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