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 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화백’을 ‘화려한 백수’라고 한다면, ‘우백’은 ‘우울한 백수이다.
이 ‘우백’이 조카들 중에 셋이나 된다. 이미 학업을 마치고 비정규직으로 임시 취업한 조카, 올봄에 대학을 졸업하고 자격증 시험준비로 제 방에 들어박혀있는 조카, 졸업시기가 되었건만 대기업 공채를 기다리느라 졸업을 미루고 스펙쌓기에 열심인 조카. 그들에게 쥐꼬리만큼이지만 용돈을 쥐어주며 ‘좋은 날’에 대한 기대로 위로를 해준다.
생각해보면 딱하고 안됐다. 부모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시대적 환경이 좋아서 그 애들은 어릴 적부터 아쉬움을 모르고 성장했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에 구애받지 않다보니 물건이 귀한 줄도 모르고 세상이 만만한 줄 알고 자랐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코 앞에 두고 취업절벽에 부딪혀 방향감각을 잃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인으로서 스웨덴에서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워킹맘이 청주를 찾아와서 그녀의 얘기를 듣는 자리가 있었다. 스웨덴에서 공무원이 되었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보이자 그녀는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공무원바라기’ 행태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스웨덴에선 공무원 시험이 없다고 했다. 자격에 맞는 자리를 골라 지원을 하면 면접을 통해 누구나 공무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면접도 시장이나 국장 등 고위직이 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 팀장이나 과장이 하며, 승진의 경우도 자리가 있고 자신의 의지가 있으면 할 수 있고, 포기하기도 한다면서 자기는 전의 일자리에선 팀장이었지만, 지금은 좀더 편한 자리를 찾아 일반직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그 나라의 직제와 구조를 모르니까 승진에 대해서는 이해가 쉽지 않지만, 청년 취업에 대해서는 부러운 얘기들을 많이 쏟아놓았다.
우리나라 청년실업자가 100만명이 넘어섰다고 한다. 15세 ~29세 공식 청년실업자가 44만명.  구직활동이 분명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으로 잡혀있는 잠재적 청년구직자가 64만3000명. 여기에 비정규직 등으로 취업형식은 갖추고 있으나 고용이 불안정해 추가 취업을 원하는 6만5000명을 합치면 모두 114만8000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패기있고 활기차고 희망에 넘쳐야할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그냥 놀고 있어야 한다니......이들을 어찌할까. 제때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노동력 상실의 부작용으로 우리 사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텐데...... 기업은 사람을 뽑지 않고, 경제상황은 날로 나빠져 성장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는데, 더구나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청년층의 고용은 더 나빠질텐데 이를 어찌할까.
마침내 정부도 안되겠는지 민관합동으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이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일단 50여가지의 계획을 통해 청년 실업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주요 내용은 2017년까지 정규직 일자리 7만5천개를 포함한 20만개 청년 일자리 창출과 임금피크제 확산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청년 정규직을 늘린 기업에 대해서는 신규 채용에 따른 지원금을 주겠다는 ‘당근책’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어째 시작도 전에 반응들이 시큰둥하다.
향후 2년간 20만명이라는 목표가 제시되긴 했지만, 신규 창출 일자리는 공공부문 4만명과 민간부문 3만5천명 등 7만5천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인턴과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인턴과 직업훈련 기회 확대는 당장은 실업률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실제 일자리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명예퇴직 등 기존 노동자의 퇴출을 통해 청년을 고용한다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로 고령화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일자리는 안정적인 정규직이다. 저임금·비정규직 등은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악순환만 반복하게 될 것이며, 인턴이나 교육훈련 역시 좋은 일자리의 연결보다 일시적 경험을 쌓는 것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우려다. 
청년은 국가의 미래다. 모처럼 정부가 청년백수들을 구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긴 했는데 미흡하다. 기왕 나선 것, 보다 근원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실효성 있는 노동개혁을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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