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순

너무 많은 나를 버리러
속리산에 간다
일주문을 지나며
너무 많은 나를
일주문 밖에 세워둔다
내가 아닌 내가
오리 숲을 걸어간다
내가 아닌 나를
새소리가 따라 온다
물소리도 따라 온다
소나무도 참나무도 따라 온다

법주사에 들러
미륵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는데

무수히 많은 내가
나보다 앞서 미륵부처님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나는 더 많은 나를 데리고
속세로 돌아온다


△시집 ‘꿈속에서 기어나오고 싶지 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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