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화인증기업 탐방 (12) 한국가스안전공사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단돈 1000원으로 가족의 행복을 사는 이들이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기동) 직원들의 얘기다. 1000원은 공사 직원들이 매달 급여에서 500원을 공제하고, 회사가 1인당 500원을 더한 금액으로 마련된다. 각각 1000원씩 모아 마련한 이 돈은 매달 6명의 직원에게 30만원 상당의 국민관광상품권을 선물하는 데 사용된다.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꿀맛 같은 하루의 휴가도 제공된다. 추첨 기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직원 선정은 한 달에 한 번 이사실에서 감사가 입회한 가운데 임원진에 의해 공정하게 이루어진다. 로또 추첨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되는 순간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가족친화인증제도가 처음 시행된 2009년 인증을 받았다. 이곳에서는 천사축제 개최, 1000원의 행복, 개인 고충 상담 등 가족을 위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가족과 함께 하는 봉사 활동이다. 가스안전공사 직원들은 1년에 적어도 1번 이상은 봉사 활동을 한다. 전체적으로 따지면 1년에 800~900여회로 연 4000여명이 참여한다.

주로 공사의 기술력을 활용하는 내용으로 독거노인 가정을 찾아 중간밸브를 타이머콕으로 교체해주거나 가스 시설을 점검하는 것. 지역아동센터, 노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가스안전에 대해 교육하고 가스레인지를 교체해 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마을에 정자를 설치해 쉼터를 마련해주거나 독거노인의 가정에 직접 담근 김치를 전달하고 소외계층의 가정에 겨울철 연료를 지원하는 등 실로 다양한 봉사 활동을 한다. 이 때 직원들의 가족도 신청해 함께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자녀들에게 독거노인의 가정에 도시락을 배달하고 김장 김치를 전달하는 봉사 활동 경험은 그 어느 것보다 기름진 삶의 윤활유가 된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천사축제에도 온 가족이 함께 한다.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가정 자녀들을 초청해 개최하는 이날 행사에는 직원 자녀들도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공굴리기, 줄다리기 등 다양한 체육 경기가 진행되고 마술쇼 공연도 펼쳐진다.

부부·고부간의 갈등, 육아 고민, 도박·알코올 중독 등 개인적인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은 구성원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해 볼 수 있다. 전문가로부터 직장과 가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고충들을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상담 내용은 일체 비공개로 진행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사내 변호사로부터 전화 또는 대면을 통해 무료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임신한 여직원에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당연한 수순이다.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부서 배치나 승진에 있어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근속연수에도 당연히 포함돼 육아휴직도 경력으로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남성들도 종종 육아휴직을 내고 있다. 파견근로자가 채용돼 업무 공백을 대체해주므로 휴직 신청 시 전혀 부담이 없다.

2013년 본사를 음성으로 이전한 후 서울·경기권에서 출퇴근 하는 직원들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동대문구 답십리동 두 곳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워크센터는 사무실과 유사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원격근무용 업무공간이다. 서울·경기권에 거주하고 있는 직원들은 사전에 부서장의 승인을 받아 음성 본사 대신 이곳으로 출근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본사로 출근하기 어려운 경우,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 된다.

유연근무제 이용자도 흔히 볼 수 있다. 시차 출퇴근제의 경우 오전 7시~오후 8시 사이에 본인이 원하는 시간을 지정해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오전 9시, 오후 6시라는 일반화된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루에 8시간만 근무하면 돼 직원들 사이에 호응이 높다.

한지훈(40) 차장은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가족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잘 정착돼 있다는 것”이라며 “갑자기 아이가 아프거나 가정에 문제가 있을 때 주위에서 내가 대신 일을 처리해 줄 테니 집에 먼저 가보라고 한다. 누구나 자신이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자녀에게는 학자금이 전액 지원되며, 대학 등록금의 경우 무이자 대출을 지원해 준다. 또한 각 지역 병원과 협약을 맺어 직원 본인과 가족의 경우 할인된 가격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은 한국가스안전공사 최초 공채 출신인 박기동 사장의 가족친화적인 경영 마인드 덕분이다.

공사는 한국고용정보원, 한국소비자원 등 최근 충북혁신도시로 이전한 8개 기관과 함께 혁신도시 법무연수원 부지 내에 공동직장어린이집을 건립할 계획이다. 내년 3월 개원하는 어린이집은 199명의 영유아를 수용할 수 있다.

홍용일(45) 차장은 “여러 많은 제도가 있지만 큰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없다. 어떻게든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며 “놀이공원과 협약을 맺어 할인된 가격에 자유이용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거나 휴양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비경제적 복리후생제도를 발굴해 적은 비용으로 직원들이 가족친화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가스로 인한 위해 방지, 가스안전기술 개발, 사업의 체계적 추진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설립된 국내 유일의 가스안전관리 전문기관이다. 지난 1974년 공업진흥청 산하 고압가스보안협회로 설립됐으며, 1979년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가스안전공사로 개편, 발족됐다. 주요사업은 △가스시설 및 제품에 대한 법정검사 △도시가스 공급시설에 대한 시공감리 △기업의 안전관리계획에 대한 심사 및 평가 △가스시설에 대한 수시 검사 및 안전 점검 △가스안전 전문 인력 양성 및 가스안전관리자에 대한 법정교육 △가스안전 홍보 등이다. 지난 2013년 12월 음성혁신도시(음성군 맹동면 원중로 1390)로 본사를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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