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한설희 교수팀, 동물실험으로 입증

(동양일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알츠하이머병과 자폐 등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팀은 멜라토닌 호르몬의 치매 치료 효과를 생쥐실험으로 입증한 연구논문이 국제학술지 '신경과학'(Neuroscience) 8월호에 게재 확정됐다고 30일 밝혔다.

수면 시간은 대게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문제는 이런 수면 부족 상태가 장시간 지속하면 인지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치매, 감염병, 당뇨, 암 등의 질병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실험용 생쥐를 단순 수면부족군(A), 멜라토닌을 투여한 수면부족군(B), 멜라토닌만 투여한군(C), 스트레스 조절군(D), 정상 대조군(E)의 5개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5개 그룹 모두 낮과 밤이 정반대로 바뀐 환경에서 4주간 지내게 한 뒤 3개 그룹(A, B, C)에는 96시간 동안 깊은 잠을 자지 못하게 해 수면부족을 유발했다. 이후 연구팀은 쥐를 수조에 넣고 헤엄쳐 섬을 찾게 하는 '모리스의 수중 미로' 실험으로 그룹별 인지능력을 측정했다.

이 결과 수면 부족 상태에 있던 A그룹은 정상 대조군(E)보다 섬을 찾는 데까지 걸린 탐색시간과 탐색 중 오류, 경로의 길이, 수영 속도 등 모든 분야에서 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뇌 속 해마의 염증세포 반응을 비롯해 산화 스트레스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도 높아졌다. 정신지체와 자폐증을 막는 'FMRP' 단백질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면 부족 상태에서 멜라토닌을 투여받은 B그룹은 정상 대조군보다도 실수 없이 빠른 속도로 섬을 찾는 등 인지능력이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산화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수치도 모두 정상치와 유사하게 회복됐다.

한설희 교수는 "수면 결핍은 뇌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성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신경세포 내 FMRP 단백질의 발현을 감소시킨다"면서 "이는 수면 결핍이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매나 자폐와 같은 신경질환 발생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이번 연구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페인스타인 의학연구소의 하르딕 파텔 교수는 같은 저널 리뷰 논문에서 "그동안의 연구는 수면 부족이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정도였지만 이 논문은 수면 부족이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자적 단위에서 이해할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멜라토닌 투여 후 수면 결핍으로 생긴 인지기능 이상과 뇌의 병리적 변화가 호전된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알츠하이머병이나 자폐증 등의 치료에 이번 연구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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