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공천 흐름에 "결국 믿을 건 조직력"

(동양일보)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당원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는 '낙하산 공천'이 사라지고 경선을 통해 유권자나 당원들이 후보를 직접 결정하는 '상향식 공천'이 자리잡을 것으로 유력시되자 미리 대비하자는 차원에서다.

총선 출마 예정자들은 여야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과 선거구 획정 등 선거제도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20대 총선 게임의 룰이 어떻게 결정될지 불투명해지자 결국 믿을 건 조직력이라며 자신에게 우호적인 세력을 입당시켜 조직기반 다지기에 나선 양상이다.

여야 모두 선거권을 가진 책임당원 또는 권리당원이 되기 위해선 최소한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당이 내년 1, 2월께 경선을 통해 20대 총선 후보를 결정한다고 가정하면 늦어도 이달까지는 입당해야 투표권이 확보된다.

여야 모두 당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과연 당비를 자발적으로 납부하고 당의 무급자원봉사를 하는 진성당원, 즉 '진짜 당원'이 증가하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새누리, 하루 이틀새 수천장 입당원서 제출하기도 = 새누리당에서는 야당의 반대로 오픈프라이머리 실시가 무산될 경우 상향식 공천의 취지를 살려 전략공천을 없애거나 줄이고 당내 경선 실시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이미 지난 4∼5월 한바탕 치열한 당원모집 경쟁이 벌어진 바 있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으로 간주되는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일부 지역과 영남권, 또는 선거구 재획정에 따른 분구 및 현직의 불출마가 예상되는 지역 등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현직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지역기반의 '거물급' 정치 신인 또는 전직 의원들 중심으로 당원 확보 경쟁이 촉발되면서 현직 의원들까지 덩달아 가세하는 상황이 전개됐다는 후문이다. 이에따라 하루 이틀 사이 수천 장의 입당원서가 제출된 사례도 있었다.

이에 중앙당에서는 전국 17개 시·도당에 공문을 보내 모든 입당원서 제출자에 대한 개별 확인 절차를 의무화했다. 또 당비 대리납부 등과 같은 부정사례를 솎아내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한 당직자는 2일 "어떤 방식으로든 당내 경선은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공천권자에 '줄을 대는' 대신 책임당원 확보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 지역의 경우 소위 '거물급' 신인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밀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구을과 달서을 등을 중심으로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 수천 장의 입당원서를 제출했고, 현역 의원들도 이에 '맞불'을 놓으면서 경쟁이 과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지역 한 재선 의원 측은 "(몇개 지역에서 시작된 당원모집 경쟁이) 한때 대구의 12개 지역구 전체로 확산했다"면서 "신인들이 기존 정치인들과 '한판' 붙겠다고 하니까 의원들까지 가세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책임당원 접수시한 마감'이 임박하면서 당원모집 경쟁은 다소 수그러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새정치연하합, 1월 3000여명이던 당원 가입자가 6월엔 4만명으로 = 지난 7월 새정치연합은 당 지도부와 공천개혁안을 설계 중인 혁신위원회 모두 오픈프라이머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출마예상자들이 당내 경선 준비에 더욱 치중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현재 경선방식은 선거인단 구성을 '국민 60%, 권리당원 40%'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한 혁신안에 따라 경선 전 1년간 6회(기존 3회) 이상 당비를 내야 선거권이 주어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새정치연합의 총선 후보 경선에서 투표권을 갖는 권리당원이 되기 위해선 늦어도 이달까지는 입당해 당부를 납부해야 한다.

이에 따라 경쟁이 치열한 일부 지역의 경우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 시간이 날 때마다 지역구에서 발품을 팔며 막바지 당원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당 내홍으로 지지율이 하락한데다 혁신위가 당원대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혁신안을 내는 등 당원 기준을 강화한 탓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서울이 지역구인 한 중진의원 측은 "여름 휴가철과 겹쳐 당원모집에 이중삼중으로 어려움이 있다"면서 "일부 지인들은 입당원서를 작성하다가도 주민등록번호를 반드시 넣어야 되는 점에 난색을 표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역 의원에 도전하는 정치 신인들은 이른바 '현역의원 프리미엄'을 뛰어넘기 위해 당원모집에 더 부심하고 있다.

대부분 지역위원장을 겸하는 현역 의원들은 당원명부 등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다 자신이 실질적인 공천권을 행사하는 광역·기초 의원들을 당원모집에 동원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정치 신인은 "신인들은 현역의 레이더에 전혀 안 잡히는 사람들을 찾아야 하는데 이들은 보통 정치혐오가 강하거나 야당을 도와줄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처럼 당원모집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새정치연합의 경우 올해 1월 3348명이었던 신규 당원은 6월에 3만9053명, 지난달 2만1136명으로 큰 폭 증가했다. 월 신규 가입당원이 연초보다 무려 10배 이상 늘어나기도 한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 가운데 당비대납을 기대하고 이름만 올려놓은 당원들이 있어 힘들게 모집한 당원 상당수가 내년 경선에서 선거권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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