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편집국 취재부 부국장)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35조 1항의 내용이다.
각종 개발에 따른 환경 폐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 속에서 환경권이 더욱 중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권 침해는 개발행위의 유형과 규모와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우려되는 폐해를 우선 판단해야 한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두 가지 개발행위가 대표적 사례다.
요즘 경북 상주지주조합이 문장대온천 개발을 재추진하면서 충북지역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1992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돼 온 문장대온천 개발은 2003년과 2009년 두 차례나 대법원의 사업 추진 불허 판결로 무산됐음에도 최근 들어 상주지주조합이 재추진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문장대온천 개발로 인한 상수원지역인 한강수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환경 이익에 대한 침해가 영업상 여가생활 이익 범위를 초과한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정당한 개발행위라고 하더라도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인 환경권을 침해할 경우 이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결정이다.
문장대온천 개발로 우려되는 점은 상수원지역인 한강수계에 대한 환경오염이다.
온천이 개발되면 25~27도에 이르는 고온의 온천 오수가 주변 하천 등으로 유입돼 수온 상승에 따른 수질 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이 불가피하다.
생태계 파괴는 곧 인간의 생존 환경에도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굳이 법리적 판단을 앞세우지 않더라도 온천 개발에 따른 특정집단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환경 폐해로 인한 공공의 이익이 우선돼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이치다.
그럼에도 상주지주조합이 20년이 넘도록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 추구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집단이기주의며, 대한민국 헌법 35조를 침해하는 비양심적·반사회적 행태에 불과하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환경 보존의 절대적 가치를 위해 상주지주조합 스스로 그릇된 욕심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소모적 갈등과 환경 폐해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키는 유일한 길이다.
환경권 보존은 비단 이같은 대형 개발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민의 쾌적한 생활도 주민에게 부여된 환경권이다.
최근 청주지역 한 사업자가 학교와 학원, 주택가가 밀집된 청주시 금천광장 인접지역에 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청주시가 건축허가를 불허하자 충북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법률적으로 관광호텔 건립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관광호텔의 본질적 운영 목적과 배치되는 입지적 부적절성, 인근지역 주민과 사회적 정서에 미치는 폐해 등을 감안할 때 건축을 제한하는 것은 주민의 권익을 추구하는 행정의 정당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청주공항 인근이나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을만한 관광지 주변 또는 위락시설·상가 등이 위치한 곳에 관광호텔을 짓는다면 이해가 되지만, 관광객들이 찾을만한 시설이 없는 데다 주택가·학교 밀집지역에 굳이 관광호텔을 지으려는 의도는 설명하지 않아도 뻔하며 이에 따른 사회적 폐해 또한 예측 가능한 일이다.
만일 사업자가 관광객 편의 제공을 위한 시설 확충이라는 대의적 명분을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인허가 권한을 지닌 행정기관은 물론 정서적 동의 권한과 환경권을 가진 시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입지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회적·객관적 시각으로 봐도 사업자의 항변은 한 개인의 이익 침해에 대한 반발일 뿐이나 많은 주민의 결집된 견해는 사회의 건강성 보존을 위한 합리적 여론이다.
이런 점에서 주민 다수의 권익을 우선해야 할 행정기관으로선 개인의 이익보다는 다수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으며, 부여된 책무다.
한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사회적 폐해를 방치한다면 이 또한 헌법 35조를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두 사례에서 보듯, 한 개인이나 특정집단의 경제적 이익이 사회의 정서적·환경적 폐해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 법리적으로나 사회윤리적으로나 주민 정서적으로도 당위를 갖는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