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순

새벽 안개 속 올라오는 해가 한 점 꽃잎이다

 

자세히 보거라 네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남쪽바다 손바닥에 사탕처럼 올려진 해가 바다를 왼종일 잡고 있구나 가라앉을까 바다를 물어올린 갈매기도 수평선에 걸쳐 날고 흔들리며 찍힌 바다가 넘칠 듯 출렁출렁 갈매기도 나도 출렁출렁

너는 기진한 몸 일으켜 바다나 실컷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 누구도 바다엘 데려 가질 못했구나 심해물고기처럼 점점 가라앉는 너를 잃고서야 알았다 죽음은 이렇게 가라앉는 거라고 서서히 손을 놓는 거라고 힘을 떨구는 네 손을 잡고 바다를 불렀다

손금에 나무집 지어 출렁출렁 바람에 일렁여 보는 것이냐 환등기같은 참나무에 주섬주섬 너를 걸어놓고 말 밖의 말 지껄이고 밤이면 별빛 몇 불러 모으는가 너를 부르는 소리 바람보다 먼저 가고 대답은 후생의 어디쯤에서 들을 수 있을까 네가 날려보낸 새들은 꿈속을 날아와 가슴마다 꽃잎바다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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