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논설위원 / 시인)

▲ 이석우(논설위원 / 시인)

며칠 전 독도를 다녀왔다. 몇 해를 벼르던 일이다. 게으른 방학을 보내다 밀린 숙제일기를 다 써버린 기분이랄까. 마음이 상쾌하고 개운하다. 국토 대장정이라도 끝낸 양 가족들에게 며칠 째 독도 얘기를 늘어놓는다. 여행자들이 말하기를 울릉도에 열 번을 가면 다섯 번 정도 독도에 갈 수 있다고 하였다. 그것마저도 독도에 발을 올리는 것은 서너 번 뿐이란다. 우리 일행은 태풍을 일본으로 물리고 단 한 번에 독도를 밟은 것이다. 파도를 피하는 행운이 필요할 때 그것이 우리에게 있었다.
요즘은 큰 배들이 울릉도에 다닌다. 차량 50대와 사람 985명을 싣기도 한다. 이제 울릉도는 1만 명이 넘는 주민이 사는 섬이 되었다.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섬 순환로에 걸맞는  관광 서비스와 울릉도와 독도를 알리는 축제도 최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독도는 묵호항에서 아침 9시에 배에 오르면 12시에 울릉도 도동항에 들 수 있고, 점심을 먹고 1시에 배에 올라 1시간 45분만 가면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독도는 동해를 차고 오르는 태양을 가슴에 새기는 일을 하루도 멈춘 일이 없다. 그리하여 조용한 아침이 있는 동방의 나라 표상이 되었다. 왜인들은 그를 강취하겠다고 대놓고 온 세계에 떠벌이고 있는데 독도를 밟아야 할 책무가 너무 늦었으니 염치없는 일이다.
독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30분이다. 물론 등반도 안 된다. 그래도 독도의 접안시설에 발을 올리니 가슴이 쩡하게 울린다. 독도야! 하고부르니 무언가 와서 세게 부딪힌다.·그 부딪침이 애국의 자명종을 울려준다. 동도에 만들어 놓은 접안시설 안에서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 서도를 콧날에 갈매기를 날려 놓고 파도 끝에 등을 세우고 사진을 또 찍는다. 회갑이 확 지난 일행 중 한 분은 경비대원과 사진을 찍었다고 행복해 하였다. 찍고 또 찍는다. 애국심이 핸드폰의 렌즈마다 반짝인다.
일본은 방위백서에 11년 연속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하고 있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이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백위백서에 명시한지 11년이 된 것이다. 방공식별구역(ADIZ) 표시 지도에 독도를 ‘다케시마’ 라는 표기와 더불어 일본 땅이라고 당당하게 밝힌다. 2005년부터 일본이 독도 영유권 분쟁을 더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그들은 이런 중대 정책을 내밀기 전에 미리 외교적 책략을 진행하는 것이 하나의 술수다.
국가와 국가 사이의 해상 경계는 사실상 배타적경제수역(EEZ)이다. 이는 국제법상 육지나 자국의 섬에서 60해리 까지를 인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998년 일본과 신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 우리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을 결정하는데 울릉도를 기점으로 33해리로 줄여 붙였다. 독도는 아예 빼서 중간수역으로 넣었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 경계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곳은 중간수역으로 넣는 것이 보통이다. 정부가 독도가 그렇다고 인정해버렸다.
1999년 15대 국회를 날치기 통과한 이 법안에 김대중 대통령은 서명해버렸다. 일본이 독도를 기점으로 잡자 우리는 울릉도를 기점으로 잡았다. 이 때문에 많은 어민들이 어장을 잃어버렸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헐어다가 어민들의 배를 사서 폐기 시켜버린다. 독도 앞바다는 중간수역으로 되었으니, 마음대로 고깃배를 띄울 수가 없다. 우리 어민의 어업일지를 일본관리가 살핀다.
이 신한일어업협정은 2002년 1월 22일 만료되어 폐기를 하면 되었지만 정치권은 눈을 정권 다툼으로 돌리고 이를 외면한다. 정부는 이 협정은 그냥 어업협정일 뿐이지 영토의 문제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해대기에 바빴다. 이런 한국정부의 기류를 눈치 챈 일본은 2005년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못을 박아 버렸다.
우리 정부가 아직도 파기를 선언하지 않았으니 지금도 이 협정은 유효하다. 아직도 15대의 매국국회 세력이 남아있어 그럴까? 날도 더운데 스트레스다.
한국 정치판은 책임을 잃어버린 신의 숲이다. 그 숲에는 짐을 지지 않으려는 사자가 차지하고 있다. 사자는 자기 무리만 거느리며 산다. 끼리끼리 수군대며 힘을 모은다. 진정 한줌의 철학을 구걸할 생각도 않는다. 독도야 그래도 버티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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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약력
시인, 평론가,
1951년 괴산 출생
[정지용시의 영향연구]로 국문학박사 취득
시집 : [태양일기], [보리꽃], [그리움은 세상의 뿌리], [등불을 드네],
       [12월의 신부], [아버지를 보네]
저서 : [정지용시의 영향연구], [계절과 시인의 상상력], [정지용 평전],[엄마논술]
역사답사기 : [대마도는본시우리땅이다 1/2 권]
학성초등학교장(전), 편백나무출판사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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