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서울대에서 60대 환경미화원이 책을 훔치던 30대 도둑을 잡았다. 그런데 이 도둑을 잡고 보니 서울대 졸업생이었다.

4일 서울관악경찰서와 서울대 환경미화원 박모(63)씨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 오전 6시40분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2층에서 청소를 하던 박씨는 복도 끝 계단에서 검은 물체가 휙 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학생이 이른 시간에 벌써 나와 공부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던 박씨는 갑자기 일주일 전에 같은 건물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을 떠올렸다.

농생대 빈 강의실에서 학생이 전공서적 20여권을 잃어버렸다며 경찰에 신고, 경찰관과 함께 폐쇄회로(CC)TV를 같이 들여다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3층으로 올라가자 수상한 남성이 한 동아리방 앞에서 잠겨져 있는 문을 따려 하고 있었다.

도둑일 것 같다는 직감에 "여기서 뭐하느냐"며 다가갔다.

그러자 머뭇하던 이 남성이 느닷없이 박씨의 머리에 박치기하고는 그를 엘리베이터 옆 계단 쪽으로 끌고 갔다. 이어 박씨를 계단 밑으로 내동댕이치고 그의 휴대전화를 뺏으려고 했다.

얼떨결에 습격을 당해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박씨는 젖먹던 힘을 다해 일어나 도둑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며 '사람 살려'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소리를 들고 동료 미화원과 경비원들이 달려와 도둑을 제압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소동으로 박씨는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절도범 박모(31)씨는 지난 7월 17일 이 건물에서 전공서적을 훔치고 다시 범행을 하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경찰이 절도범 박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서울대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처음 경찰에 다른 대학 출신이라고 말했지만 경찰이 추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서울대 출신인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런 일을 하게 됐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씨를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미화원 박씨와 동료, 경비원 등 4명에게 절도범 검거 공로 표창과 함께 보상금을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