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서 멧돼지·고라니 등 출현…출하 앞둔 농작물 피해
-예방시설 설치·포획구제단 운영…예산 대부분 이미 소진
-농가당 피해보상비 최대 500만원 불과…범위도 제각각
-수렵인 “포획보상금 현실화 등 포획 활성화 대책 필요해”

(동양일보)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충청지역 곳곳에서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마저 가세해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잇단 피해 속에 관련 예산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실질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충북지역의 경우 도내 10만6687㎡ 농지가 야생동물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천에선 상반기 동안 90여건의 야생동물 피해신고가 접수됐고 보은군에는 지난달에만 100여건의 포획요청이 들어왔다. 세종시에서도 올해 2~7월 115개 농가가 야생동물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농민 피해가 잇따르자 각 지자체는 피해예방시설 설치, 피해방지단 확대 운영 등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충북도는 9억3300만원의 예산을 확보, 매년 반복피해를 입는 지역을 중심으로 도내 277곳에 전기목책, 전기울타리, 경음기 등 피해예방시설 설치에 나섰다. 또 11개 시·군에 엽사와 동물보호단체 등으로 구성된 피해방지단을 운영하고 포획시간을 연장(오후 8시→밤 12시)키로 했다. 포획단 구성도 완화(총포소지 3명→총포소지 1명·비소지 2명)했다.

옥천군은 지난달 피해신고가 하루 3~4건씩 접수되자 엽사 20명으로 구성된 ‘유해 야생동물 자율구제단’을 27명(5개반)으로 확대했다. 인근 영동·보은군도 각각 4500만원, 26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방제단을 운영하고 있다.

음성군은 52개 농가에 피해예방시설 설치금액 1080만원을 지원하고 1540만원의 예산을 들여 피해보상에 나설 계획이다. 괴산군은 1억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철선·전기 울타리설치 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오는 10월말까지 28명으로 이뤄진 피해방지단을 운영한다.

충주시는 1억3000만원의 예산을 편성, 33명 규모의 구제단을 운영하는 한편 1인당 최대 500만원까지 피해보상금도 책정했다. 제천시는 3600만원을 투입, 25명 규모의 구제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단양군도 20명의 구제단을 위해 예산 8575만원을 세웠다.

세종시도 유해조수 구조단원 중 20명을 선발, 야생동물 포획에 나서며 지난 5월에는 시비 5000만원을 들여 야생동물 기피제를 농가에 배부했다. 또 예산 1000만원을 확보해 전기울타리 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으며 피해보상 지원 예산 500만원도 확보했다.

청양군은 2000만원을 들여 11개 농가에 피해예방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3000만원을 들여 기피제 1000㎏을 10개 읍·면 농가에 배부했다. 천안시도 연중 운영하는 피해방지단(35명)을 위해 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서산시는 피해방지단 보상금으로 4000만원, 피해방지시설 설치에 9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했으며 태안군은 이달부터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피해방지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잇단 피해 속에 해당 지자체들이 세워놓은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농가의 또 다른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옥천군의 경우 6500만원의 포획예산 중 현재 65% 정도가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기철책 등 피해예방시설 설치 지원예산 4260만원은 이미 26농가가 지원을 받아가며 모두 소진됐다.

피해예상시설 설치 지원사업의 경우 40%를 자부담으로 내야 하는 것과 최대 400만원까지만 지원되는 점이 농민들에게는 부담이다. 결국 피해 보상을 받는 것이 농민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대부분 대책이 피해예방시설 설치와 포획단 운영 등에 집중되다 보니 정작 지자체가 농가 피해보상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농민들의 불만이다.

이들은 지자체별로 피해보상범위와 보상비가 각각 다르고 지역별 피해보상액도 1농가당 500만원가량에 불과하다며 피해보상비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세종시의 피해보상 전체 예산은 500만원에 불과하다. 당진시의 경우에는 피해농가 보상과 관련한 조례가 없어 피해보상이 전무한 상태다.

농민 A씨는 “시도 때도 없이 농가로 내려와 농작물을 파헤치는 야생동물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지만 피해 규모에 비해 현재의 보상금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보상비 청구절차 간소화와 보상액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방제단 등에 참여하고 있는 수렵인들은 포획보상금 현실화와 함께 유해야생동물 포획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수렵장 개장을 통해 인위적으로 야생동물 개체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야생동물로 인한 농가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렵장 개장에 대해서는 “순기능이 그리 크지 않고 일부 수렵인들의 무분별한 포획이나 안전문제 우려 등이 크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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