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 사태를 계기로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수 지분으로 대기업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황제경영'이 롯데 사태를 불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그룹의 문제점으로 지목된 소수지분을 통한 총수 일가의 지배나 전근대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등을 규제하는 법안들은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러 건이 계류돼 있다. 대표적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롯데그룹과 같은 순환출자 구조, 즉 여러 계열사가 서로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소유해 지주회사나 핵심 계열사의 소수 지분만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문제점을 정면 겨냥했다.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0.05%, 자녀 등 친인척 지분을 모두 합쳐도 2.36%에 불과하다. 올해 4월 1일 기준으로 롯데그룹 80개 계열사는 서로 물고 물리는 순환출자 고리가 416개에 달한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등 다른 재벌그룹은 기존의 순환출자 구조를 자율적으로 정리해 현재 각각 10개와 6개에 불과하지만, 롯데그룹은 이런 조류에 역행한 셈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신 총괄회장이 이사회 절차도 거치지 않고 신 회장을 비롯한 6명의 임직원을 해임하라고 지시한 것이 전근대적인 황제경영의 적폐를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친족까지 한 자리씩 차지하고 편 가르기를 한 것도 재벌의 폐해로 지적됐다.
롯데의 분쟁은 말 그대로 '막장극'이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를 앞세워 차남인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에서 축출하려다 실패하고 오히려 신 회장이 긴급이사회를 열어 아버지를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 이후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서명 지시서와 육성 녹음을 공개한 데 이어 방송인터뷰에서 "동생(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맞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또 "차남을 한국롯데 회장에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을 내놓기도 했다. 신 회장 측에서 해임을 서명한 신 총괄회장이 94세의 고령이어서 장남도 몰라볼 정도로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데 대한 재반격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싸움의 부정적인 이미지 보다는 국민들로부터 '롯데가 과연 한국기업이냐'는 기업 정체성을 의심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롯데사태를 '진흙탕 싸움' '이전투구'로 비유하며 부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교도통신은 3일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난하는 아버지의 육성 영상을 방송국에 제공했다고 소개하고 "이를 본 (한국) 국민은 한국 유수의 기업 그룹이 창업자 일가에 의해 완전히 사유화한 것으로 보고 있어 국민 사이에 혐오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롯데그룹이 제과·유통업을 주력으로 삼아 국민과 함께 성장해온 만큼 하루라도 빨리 수습책을 찾아야 한다.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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