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도 이번 대회 발탁선수 활약 기대 이상으로 생각…경기결과에 일희일비 안해"

(동양일보)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대표팀과 함께 우한을 찾은 이 위원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슈틸리케 감독을 런던에서 처음 만났다"며 "전형적인 독일 할아버지였다"고 첫인상을 회상했다.

이 위원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협회 기술위원장을 맡아 한국이 4강 신화를 쓰는 데 큰 힘을 보탰고, 12년 만인 지난해 7월 다시 위원장에 선임됐다.

그는 "우리는 남미나 동유럽보다는 서유럽 축구를 선호해 독일 감독들도 살펴봤다"며 슈틸리케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이 1순위는 아니었다"며 "앞순위 감독들의 의사를 타진을 했을 때 (한국 축구에) 관심 없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후보군에 속한 감독들을 만나러 런던에 갔는데 그중에는 오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작년 브라질 월드컵 성적 부진으로 하차한 홍명보 전 감독의 후임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런던을 방문했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은 나보다 한국 축구에 대해 더 생각한다"며 "그래서 더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대표팀 감독이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면 축구 발전도 그렇고, 옆에 사람도 피곤해지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 발탁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슈틸리케도 자신이 기대한 것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에 앞서 계약 협상이 결렬된 베르트 판마르베이크(63·네덜란드) 감독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협상 불발된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크게 세금과 한국 내 체류 기간 등 두 가지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과 관련한 일화도 소개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하는 월드컵 관련 전략 회의가 열렸는데, 회의 시작하자마자 김대중 대통령이 그를 찾았다는 것이다.

그는 "애초 회의 시나리오에는 내 발언이 전혀 없었는데, 대통령이 기술위원장을 찾으시며 '월드컵 16강에 갈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셨다"고 전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정적이 흐른 것 같다"며 "대통령께 '우리가 월드컵을 위해 2조원을 넘게 들였고 일본과 경쟁도 한다. 16강은 확률의 문제라기보다는 전 국민이 선수들한테 내린 지상 명령이다. 16강에 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고 답했고 대통령도 수긍하시는 듯 하셨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 발전의 기틀을 짜는 이 위원장은 "월드컵을 한 번 우승하는 것보다 계속해서 16강을 갈 수 있는 국가대표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독일·프랑스·벨기에와 같이 유소년축구 활성화와 연령대별 훈련 프로그램 등 선진화된 축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나의 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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