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희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통합조사팀장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된 지 14년만인 지난 7월 1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맞춤형급여로 전면 개편됐다.

맞춤형 급여란 기초생활수급자의 가구여건에 맞는 지원을 위해 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를 급여별로 선정기준을 다르게 하여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ALL-OR-NOTHING으로 선정기준을 초과하면 모든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였는데 맞춤형 급여로 개편되면서 단계별 선정기준에 적합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중위소득기준(4인기준/422만원)을 정하여 중위소득기준의 28%이하 생계급여, 40%이하 의료급여, 43%이하 주거급여, 50%이하는 교육급여대상자로 지원받을 수 있다.

예전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10명이 100m달리기를 하면 1, 2, 3등에게 상을 몰아서 줬다. 상으로 줄 공책이 몇 권 안됐기 때문에 상위권에게 몰아서 주고 나머지 7명은 아무것도 못받았다. 이젠 줄 수 있는 상이 늘어났다. 예전엔 1, 2, 3등에게 다 몰아주는 방식이었지만 전원 10명이라면 4명 정도는 공책 1권씩 주고 또 경쟁은 경쟁이니까 1 ,2 ,3등에게 차등적으로 공책을 더 주게되면 우승한 사람이 많이 가져가지만, 동시에 4등부터 7등 아이들도 일정 비율 배분받을 수 있는 안전망이 구축된 것이다.

즉 2015년 7월 이후부터는 한가지 기준을 정해두고 전부를 지원하거나 전부를 지원하지 않는 단순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일을 구해 형편이 좀 나아졌더라도 지원이 한꺼번에 끊기는 일없이 일하면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맞춤옷과 같이 가구별 상황에 따라 지원이 이루어지므로 다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현상을 막을수 있어 복지사각지대에 처한 대상자에게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게 된다.

어릴적 배운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가 생각난다.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베짱이와 안락한 곳에서 편히 쉬는 개미의 대비를 통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그러나 다수의 복지수혜자들은 이 교훈을 전혀 다른 결론으로 도출시킨다.

열심히 개미처럼 일을 하면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라 수급자에서 중지되므로 불행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하지 않고 수급자에 안주하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의 부작용을 최소화 시키고자 국가차원의 개입이 필요했고 결국은 맞춤형 급여제도가 탄생되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한 획을 긋는 변화가 이루어졌다. 무조건적 퍼주기식이 아닌 일을 통해 스스로 빈곤을 탈피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건강하고 직업이 없는 자를 대상으로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어 참여토록 하고, 일을 해도 일부지원은 받을 수 있어 조금만 노력하면 자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해 개미처럼 일하는 자와 베짱이처럼 일하려 하지 않는 자 모두 일터로 이끌어 자립의 힘을 키우자는 희망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맞춤형 급여뿐 아니라 복지사각지대 해소대책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복지에 대한 시민의식도 성숙되어야 한다. “복지혜택을 무조건 받고 보자“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강조하는 식의 태도는 안된다. 복지대상자 확인조사 시 부정수급자가 다수 발견되고 있다. 고의로 소득재산을 은닉하여 혜택을 보려고 하는 경우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 또한 국민들이 신뢰하는 마음을 갖게 해야 한다. <덴마크 사람들 처럼>의 저자 말레네 뤼달은 덴마크에서 복지국가가 유지되는 비결로 국가에 대한 신뢰를 꼽는다. 신뢰도가 높은 만큼 덴마크 사람의 행복지수는 높다. 우리국민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과연 몇 사람이나 행복하다는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진통을 거쳐 국가와 국민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맞춤형 복지가 시행된 지 1달이 되었다. 앞으로 맞춤형 급여 제도가 국민의 신뢰회복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우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길 바라며 또한 저소득층에게 행복을 맞춰주는 복지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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