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

담 밑 봉숭아 비 맞으시는 소리

첫 키스의 아련한 추억처럼

금세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소리

멀어져 간다.

 

지상엔 숟가락 하나 올려놓고

언젠가 자유 낙하의 꿈을 꾼 적 있었노라고

누군가 어미의 심장을 뚫고

담 밑 꽃씨 심은 적 있었노라고

 

비 내리지 않는 여러 날

어미는 원래 심장이 여럿이라네

저녁 산마루 붉은 해가 저물도록

손톱 밑 붉게 물들도록

비를 뿌리신 것이었노라고

 

담 밑 봉숭아 비 맞으시는 소리

눈망울 붉게 적시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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