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한국 남자배구가 대만전 충격적인 패배와 함께 브라질행 티켓을 사실상 날려버렸다.

한국은 7일(이하 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체육관에서 열린 제18회 아시아선수권대회 5∼8위 결정전 1차전에서 대만에 세트스코어 1-3(25-21 15-25 19-25 16-25)로 허무하게 역전패했다.

한국은 1987년 쿠웨이트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대만을 세트스코어 3대2로 꺾은 이래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고 맞대결 25연승을 질주 중이었다.

지난 3일 이번 대회 조별 예선 최종전에서도 대만을 세트스코어 3-0으로 꺾으며 기세를 올린 바 있다.

28년 만의 충격적인 패배가 하필이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세계예선 출전권을 향한 길목에서 나왔다.

한국은 전날 8강 일본전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고, 이날 5∼8위 결정전 패배로 다시 7∼8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세계랭킹 기준으로 아시아 상위 3개국에 내년 올림픽 세계예선 출전권을 준다. 세계예선전을 개최하는 일본은 자동 출전하고, 세계랭킹 10위인 이란과 13위인 호주는 이변이 없는 한 세계예선 출전권을 손에 넣을 전망이다.

사실상 남은 한 장의 티켓을 놓고 세계랭킹 16위인 우리나라와 17위 중국이 경쟁 중인데, 중국은 전날 8강전에서 태국을 꺾고 4강에 진출해버린 상황이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FIVB가 랭킹포인트를 공개하지 않아 직접 계산해본 것"이라고 전제하며 "현재 한국은 중국에 6점 앞선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대회는 순위에 따라 포인트를 4점씩 차등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즉, 한국은 4강 진출에 실패한 다음에도 5위를 따내고 중국이 최종 4위로 대회를 마칠 경우 세계예선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대한배구협회의 계산이 맞다면 이는 이제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됐다.

한국은 1세트를 가볍게 따내면서 대만전 연승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2세트부터는 악몽이 시작됐다.

10-13에서 공격 실패 세 차례가 나와 6점 차가 됐다. 작전타임을 불러 흐름을 끊으려 했지만 11-18에서 서브 에이스까지 내주면서 가라앉았다.

한국은 3세트 12-16에서 지태환 자리에 신영석을 넣고 최홍석 대신 주포 문성민을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으나 점수는 16-21로 더 벌어졌고, 결국 대만의 연타 공격에 무너졌다.

한국은 4세트 2-4에서 블로킹과 속공 실패가 이어지면서 4점 차로 끌려갔다. 6-9에서는 상대 블로킹에 연속으로 막히고 서브 에이스까지 얻어맞았다.

문성민의 공격에만 의존하다시피 하던 한국은 9-15에서 문성민의 깔끔한 공격마저 대만의 블로킹에 걸리면서 완전히 동력을 잃고 말았다.

문용관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목적을 상실한 사람들처럼 경기했다. 대만의 빠른 플레이에 전혀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이 악화된 점도 있지만, 일본전 패배 이후 심리적으로 목표의식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4강 안에 들었어야 올림픽 세계예선 진출의 희망이 있었다. 어려워졌다고 본다"고 인정했다.

한국 남자배구는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올림픽 본선 무대에 나가보지 못했다.

한국은 8일 태국과 이번 대회 7∼8위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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