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채널부터 이견…여 "정개특위", 야 "선 통큰합의"

여야 금주 선거제 당론 결정…입장 고수하면 협상난항

권역별비례제, 노동개혁 등 여 관심현안과 빅딜 가능성

 

(동양일보) 20대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관련 제도를 놓고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게임의 룰'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 정당들은 물론 내년 총선 도전을 염두에 둔 출마 예정자들은 공천 및 선거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한 채 마치 안갯속을 걸어가듯 불안한 마음으로 총선에 대비하고 있다.

일단 내년 4월 총선은 현행 소선거구제의 큰 골격은 유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올해 초만하더라도 정치권에서는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청산을 위한 방안으로 중대선거구제나 복합선거구제(도시는 중대선거구제, 농촌은 소선거구제 적용) 도입이라는 혁명적 변화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큰 호응을 받지 못했고, 물리적 시간도 부족해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은 선거제도는 손대지 않은 채 낙하산 공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공천혁명에 초점을 맞춰 국민공천제라고 명명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당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에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지역주의 해소를 명분으로 현행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5일 새누리당에 권역별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 '빅딜'을 제안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민공천제는 "다른 제도와 맞바꿀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며 빅딜 제안을 거부하면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우리 실정에 맞는 안으로 조정하는 논의를 정개특위에서 하자"고 역제안했다.

문 대표는 다시 "통 크게 합의하고 세부적인 것은 정개특위에서 논의하자"고 재차 주장했다.

김 대표로선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돼도 여당엔 실익이 적다고 판단, 정개특위에 공을 넘김으로써 여야 대표 차원의 논의를 피해가려는 계산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문 대표는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뚜렷해 정개특위에 협상을 맡길 경우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고 보고 어떤 식으로든 김 대표를 협상테이블에 앉혀 결단을 유도함으로써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관철하겠다는 셈법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선거 및 공천제 관련 협상을 누가 어떻게 풀어 나갈지 협상채널부터 여야간 입장차가 커서 협상 진행을 어렵게하고 있다.

더욱이 5개월 활동시한으로 출범한 국회 정개특위도 여야간 견해차로 허송세월만하다가 이달말 활동종료 시한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에 정개특위는 그동안 밀린 선거제도 관련 협상을 위해서는 활동기한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활동 기한을 연장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주 초에 새누리당(11일)과 새정치연합(10일)이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 및 공천제도를 둘러싼 각 당의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어서 꽉 막힌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각 당이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새로운 협상의 전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의총 결의를 토대로 여야가 국회 정개특위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논의하더라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비율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은 중앙선관위 제안대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비율을 2대1을 주장, 지역구수를 현행 246명에서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현행 54명에서 100명으로 늘리자는 입장이다.

반면에 새누리당은 지역구를 줄여서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은 국민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다만 새정치연합 일각에서 여당이 비례대표 증원을 반대한다면 비례대표수를 현행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결과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의원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더라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호남에서 얻게 되는 의석수에 비해서 영남지역에서 야당에 내줘야 하는 의석수가 많은 것으로 분석돼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선거 및 공천제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장기화되고, 정부·여당이 하반기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노동개혁이나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와 연계될 경우 여야간 절충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9일 "선거제도는 총선 승패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이고 어떤 것이 각 당에 유리한지 답이 다 나와있기 때문에 협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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