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사태와 관련해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한 이승훈 청주시장이 회견문 낭독후 기자들과 질문답변 시간을 외면, 일방통행식 시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늘은 사정상 질문받지 않는 것을 양해해 달라”는 사회자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이어 이 시장은 제목 포함, 달랑 9줄짜리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 갔다.

이 시장이 브리핑실을 빠져 나가기까지는 겨우 3~4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단수사태에 대한 사과와 피해주민 손해배상 추진에 관한 내용이어서 굳이 기자들의 질문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왜 피했을까. 전날 전명우 상수도본부장의 사퇴와 관련해 쏟아질 민감한 질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꼼수로 밖에 달리 생각되지 않는다.

전 본부장은 지난 1일부터 4일간 청주 일부지역에서 발생한 단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 시장이 오늘(6일)까지 사직의사를 결정하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전 본부장은 전날 오전 한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장이 그만뒀으면 좋겠다며 오늘 중으로 의사표시를 하라는데 어떻게 하냐”며 “본인(시장)은 내가 하나 희생하면 자기가 자유로워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본부장은 같은 날 오후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퇴의사는 제 본인의 의사이며 시장이 사퇴를 종용하지 않았다”고 오전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청내에서는 이를 두고 사퇴압력이 보도되면서 파문이 확산되자 전 본부장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 아니겠냐는 반응과 함께 외압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 시장이 기자 질문을 받지 않은 것은 이같은 민감한 문제가 부각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기자 질문 자체로도 또 다시 공론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인사권자라고해서 평생을 공직에 몸 담아온 사람에게 당장 사표 쓰라고 하는 것은 월권이다. 잘못이 있으면 인사위원회를 열어 규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이미 불거진 문제를 해명조차 하지 않고 답변을 거부하거나 피해간다면 오히려 더 큰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은 사퇴강요 보도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전 본부장의 발언을 인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시하는 것인지. 

기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질문할 기회도 주지 않는 일방통행식 기자회견은 ‘불통’ 논란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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