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재연구소, 대전, 세종, 충청도 사지 소재문화재 손상 현황 분석

▲ 충북 단양 용부원리사지 석조여래입상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충북 단양 용부원리사지 석조여래입상은 머리가 없다. 불상 옆에는 머리로 추정되는 타원형 석재가 있지만 파손돼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다. 그나마 남아 있는 불상도 상반신은 파손돼 조각이 보이지 않고 하반신에만 옷 주름이 남아있는 상황. 몸체는 쓰러지며 파손돼 세 부분으로 나뉘었던 것을 1986년 부착한 것이다.

충남 태안 몽산리사지 석가여래좌상은 얼굴 대부분이 인위적으로 파손돼 이목구비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시멘트 몰탈로 보수된 부분은 검게 변색됐고, 그 위에 그려진 왼쪽 눈은 매우 인위적이어서 불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분리된 목은 접착제를 이용해 붙여졌지만 접착 부분이 변색된 상태다. 충북 보은 속리산 하관음암지의 승탑은 굴러 떨어져 나무에 걸린 채 방치돼 있다. 일부는 파손됐으며 측면부는 세로로 금이 가 있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사지 소재문화재의 보존·활용을 위한 손상 현황 자료집 Ⅱ’를 통해 대전, 세종, 충청도 지역 사지 1362개소 중 307개소에 남아 있는 소재문화재를 중심으로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대부분 소재문화재는 태양광이나 빗물, 온·습도차, 대기오염 등 다양한 열화인자에 직접 노출된다”며 “토사유출과 수목전도 등 자연재해로 인한 손상과 낙서, 파손, 변형 등 인위적 훼손에 그대로 노출돼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인위적 훼손 중에서는 불두(부처의 머리)를 인위적으로 훼손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석탑재, 장대석 등을 건축부재로 사용하는 예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안 몽산리 석가여래좌상(유형문화재 122호), 청주 한계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비지정), 청주 정하동 마애비로자나불좌상(충북도 유형문화재 113호) 등은 불두를 인위적으로 훼손한 사례다. 옥천 이원리사지의 옥천 두암리 삼층석탑(충북도 유형문화재 120호)과 같이 지대석이나 기단에 구멍을 내는 경우도 있다.

사유지 내의 소재문화재를 복원할 때 미술사적 검증이나 적절한 자문을 거치지 않아 변형된 형태로 잘못 복원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존처리 물질이 열화되거나 보존정비 후 다시 방치돼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대전 호동사지 석조여래입상(비지정), 진천 광혜원리사지 석조여래좌상(비지정), 대전 읍내동사지 용화사 석불입상(유형문화재 26호) 등이 그 예다.

사유지 내 비지정소재문화재의 경우 땅의 소유자가 임의로 용도를 변경해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향교, 정자, 개인주택 등에 건축 자재 등으로 사용해 형태가 훼손되는 것이다. 옥천 교평리사지 치석재(비지정) 13건은 석탑재로 추정되나 현재 청산향교 대성전 기단석으로 12건이 사용되고 있으며 삼문 앞에 1건이 매몰돼 있다. 청주 대성동사지 소재문화재는 청주향교 서무 초석으로 사용되고, 충남 공주시 쌍대리사지 장대석(비지정) 2건은 사지에서 반출돼 마을 입구 솟대 기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불교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사지에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방치돼 있는 소재문화재는 위치와 상태를 도면화하고 사진으로 기록해 도난되거나 유실되지 않았는지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문화재의 장기적인 보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보존이며 이와 함께 보존처리 및 정비된 문화재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전, 세종, 충청도의 지정 소재문화재는 총 239건에 불과하며 약 1360건 이상은 법적,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지정 소재문화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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