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빈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세종지부 가정의학과>

(동양일보)항상 자식이 먼저인 부모님, 혹여 자식이 마음 쓸까봐 아픈 것까지 숨기는 게 부모 마음이다. 설령 부모님이 “괜찮다, 아픈 곳 없다.”고 말씀하시더라도 부모님의 얼굴빛,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고 건강을 미리 체크해드리자.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세종지부(김종빈 가정의학의)에서 부모님의 질병에 대해 알아보았다.

얼굴빗이 해쓱하고 푸석한 데다, 몇 달 사이에 체중이 급격히 줄었다면 당뇨나 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당뇨는 식사량이 비슷해도 한두 달 사이에 10kg 이상 체중이 줄어들 수 있고, 암도 마찬가지다. 유독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본다면 당뇨일 가능성이 높다. 당뇨는 자칫하면 시력을 잃거나 발이 썩는 등 위험한 합병증을 동반하므로 빨리 진단을 받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암인 경우에도 초기에는 거의 통증이 없으므로 유심히 살펴야 한다. 암은 빈혈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므로 부모님 눈의 결막이 창백한지를 살펴 빈혈이 의심되면 진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좋다.

부모님이 부쩍 목소리를 높여 말씀하시거나 텔레비전 볼륨을 크게 해놓고 본다면 노인성 난청일 확률이 높다. 65세 이상 어르신 3명 중 1명이 노인성 난청을 앓을 정도로 흔하긴 해도, 의사소통을 방해해 사회적 고립을 부르기 쉽고,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떨어뜨리므로 빨리 치료하는 것이 좋다.

치아와 잇몸의 노화는 몸의 노화보다 더 빨리 오므로 부모님 대부분이 치아와 잇몸질환을 앓고 있기 십상이다. 치아와 잇몸 질환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데 지장을 주기 때문에 영양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평소보다 음식물을 씹는 것이 불편해 보이거나 대화를 나눌 때 입 냄새가 심하다면 얼른 치과에 모시고 가는 것이 좋다.

이미 의치를 하고 있더라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잇몸이나 혀 등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매일 깨끗하게 의치를 씻도록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부모님이 외출을 하실 때 햇빛에 유독 눈이 부시다거나 눈을 자주 찡그린다면 백내장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백내장은 눈에서 빛을 통과시켜 물체의 원근을 조절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으로, 60대에는 50%, 70대에는 70%가 앓을 정도로 흔하다. 평소 눈이 침침하고 빛이 퍼져 보이거나 햇빛에 눈이 많이 부신 증상이 나타나고, 이후 동공 부분이 하얗게 변하게 된다. 이미 진행된 백내장은 수술을 받아야 한다.

부모님의 발음이 평소보다 어눌하고 행동이 부자연스러우면 뇌 기능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한쪽 얼굴에 저린 증상까지 있다면 뇌졸중 전조 증상일 수 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 뇌혈관이 파열돼 뇌 조직 내부로 혈액이 유출돼 발생하는 뇌출혈을 통틀어 일컫는다. 뇌졸중이 특별한 전조 증상이 없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혈관이 서서히 막히면서 생기는 뇌경색은 20~40% 정도에서 전조 증상을 보인다. 대표 증상이 신체의 부분마비나 말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 극심한 두통, 시야 장애 등이므로 부모님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살펴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부모님이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자주 만지거나 일어설 때마다 근처 물건을 짚고 일어나고 걸음이 불편해졌다면 관절염일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닳아 관절 간격이 좁아지고 붓는 것이 퇴행성관절염인데, 60대 이상 어르신 10명 중 8명이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특히 쪼그려 앉아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 부모님은 무릎 관절이나 손가락 관절 등에 무리가 많이 갈 수밖에 없으므로 평소 찬찬히 살피도록 한다.

부모님이 편하게 쉬는 시간에도 허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리고 있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관 내벽이 좁아져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압박하면서 통증과 마비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허리를 구부리면 통증이 사라진다는 점, 다리가 차고 시리다는 점 등이 허리디스크와 다르다. 수술 시기를 놓치면 자칫 걷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유심히 살펴 예방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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