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익

가슴에 파도가 친다고

배를 타고 떠난

당신의 너른 바다는 이제 고요한지

 

당신이 떠나고 말자

이른 밤부터 파도는 치고

내 무거워진 닻은 심연의 바닥에 내렸다

 

비탄의 물결은 바다에 넘실거리고

번민의 바람은 아직 가슴을 휘두른다

어둠을 덮치는 수천의 물방울이여

저 벼랑에 내걸린 가슴에서 부서져라

 

용광로에서 끓던 붉은

상념의 그림자는

한 치의 언덕을 넘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러나 물결치는 절망이며 아픔을 단속하자

이 쓸쓸함이 모두 캄캄해지면

불덩이를 안은 어화가 눈앞에 일렁일 터이다

 

겁 없는 뱃머리에서

거친 닻을 다시 끌어 올려라

다시 파도치는 너의 바다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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