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 따른 불안과 국내 기업 실적 부진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의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는 최근 들어 하락을 거듭한 끝에 10일 장중 2,000선이 무너지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내외 악재를 극복할 뚜렷한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지수가 단기적으로 반등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추가 급락보다는 횡보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관·외국인 '팔자'에 코스피 내리막길 = 코스피는 10일 장중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지수가 2,000선을 밑돈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1개월여 만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중순 2,10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와 결국 2,000선마저 내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35% 내린 2,003.17로 마감했다. 2,000선은 겨우 지켰지만 사흘 연속 약세를 보이는 등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약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9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경기 회복 둔화 등에 따른 우려에 펀더멘털(기초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도 부족하다.

이로 인해 신흥국 전반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고 국내 증시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증시는 2분기 기업 실적 부진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등 악재가 겹쳐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다.

이에 외국인과 기관이 '팔자'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81억원, 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그동안 하락 국면에서 지수를 방어하는 역할을 하던 연기금이 최근 매도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 한 주간 44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연기금의 매도가 집중된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는 지난주 2.1% 하락했다.

연기금은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5조원을 순매수했으나 본격적인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지난달 9일 이후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다.

노주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지난주 2010년 이후 가장 강력한 매도 규모를 나타냈다"며 "미국 금리 인상 시기 불확실성, 국내 기업 실적 부진 등으로 상승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관투자자의 대형주 매도세가 코스피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반등 동력 부족 - 추가 하락은 제한적 =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 방어가 불확실해지자 코스피의 추가 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코스피의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측면에서 저점 영역까지 지수가 하락했고, 미국 금리 인상과 실적 부진 우려가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된 상황이어서 추가 급락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이 다수다.

그러나 단기에 경기 회복이나 실적 개선 기대 등이 살아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횡보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됐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전반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고 중국 무역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부정적"이라며 "세계 경기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만큼 당분간 강한 방향성 없는 횡보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고려하면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지만 상승 반전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코스피가 제한적인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저가 매수 기회를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병현 연구원은 "우호적인 환율 여건과 3분기 이후 수출 회복 등을 고려하면 현재 시점에서는 대형주와 수출주 비중을 점차 확대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불확실한 대내외 변수 속에서 이익 안정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장을 억누르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 3∼4분기 실적 전망치가 상향조정되고 있는 기업, 실적 안정성이 높은 기업 등 확실한 실적이 있는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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