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일교차, 습도 등 환경요인보다 생활습관이 더 큰 영향

(동양일보) 뇌졸중은 사망통계상 60세 이상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뇌졸중은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나뉜다. 뇌출혈은 고혈압이나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지주막하출혈이나 뇌혈관 기형에 의한 뇌출혈이 대표적이다. 뇌종양, 모야모야병, 혈관염 등에 의해서도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뇌경색은 동맥경화로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동맥경화성 뇌경색과 심장이나 목동맥에서 생긴 혈전(피 찌꺼기)이 뇌혈관을 막는 색전성 뇌경색으로 나뉜다. 심혈관질환이나 동맥경화를 앓는 경우에는 뇌경색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이 이런 뇌출혈과 뇌경색을 두고 추워지거나 일교차가 클 때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일부 연구결과를 보면 겨울에 뇌졸중 환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사계절 내내 뇌졸중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환절기나 겨울 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유찬종 교수팀이 최근 뇌졸중의 하나인 뇌출혈(자발적지주막하출혈)로 병원에 입원한 60세 이상 환자 1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환자 발생과 계절에 상관성이 없었다.

연구팀은 환자가 입원할 당시 기온, 기압, 습도, 일교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환자의 평균연령은 72세로 남성은 33명, 여성은 113명이었다.

계절별 발병 인원을 보면 봄(3~5월) 37명, 여름(6~8월) 36명, 가을(9~11월) 34명, 겨울(12~2월) 39명이다. 환자 수가 가장 많은 겨울이 가장 적은 가을보다 4명 많은데 그쳤다.

월별 환자수에서도 △1월 16명 △2·5·10월 각 11명 △3·12월 각 12명 △4월 14명 △6·7월 각 13명 △8월 10명 △9월 8명 △11월 15명으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온도, 습도, 대기압, 일교차도 뇌졸중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만, 알코올과 고혈압은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유찬종 교수는 "뇌에는 무수한 혈관들이 존재하는데, 이중 작은 혈관과 달리 비교적 큰 혈관들은 계절이나 기온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뇌에 있는 비교적 큰 혈관들은 결국 고혈압, 당뇨, 음주, 흡연 같은 내부 위험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갑작스럽게 한쪽 얼굴과 팔다리에 허약감이 느껴진다. 왼쪽 뇌에 손상이 오면 언어 장애와 오른쪽 마비가 발생하고, 오른쪽 뇌에 발생하면 왼쪽에 마비가 생기는 식이다.

가볍게는 말이 어눌해지거나 남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한쪽 눈 또는 양쪽 눈이 안보이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은 잠시 나타났다가 회복될 수가 있는데 이를 '일과성 뇌 허혈 발작'이라고 한다. 이 증상은 뇌에 일시적으로 혈액 공급이 중단된 상태를 말하며 뇌졸중의 대표적 전조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일과성 뇌허혈 발작의 증상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수초에서 수분에 걸쳐 증상을 경험하고, 대부분의 증상이 1시간 내에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일시적 뇌허혈 발작이 비록 짧은시간 발생했을지라도 뇌에는 큰 충격이 가해진다는 점이다. 통계적으로 반복적인 허혈발작을 일으키는 사람 3명 중 1명은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유 교수는 "뇌졸중은 얼마나 빠르게 정확한 치료를 하느냐가 예후에 중요하다"면서 "뇌혈관 장애로 인한 뇌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려면 발병 후 2~3시간 이내에는 병원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뇌졸중은 위험요인을 조절하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미국 뇌졸중학회가 지난해말 마련한 뇌졸중 예방 권고안을 보면 모든 뇌졸중의 75%는 처음 발생하는 것이며, 10가지 위험요인으로 90%가 설명된다.

10가지 위험요인은 고혈압(2.64배), 흡연(2.09배), 비만(1.65배), 부적절한 식이(1.35배), 운동부족(1.44배), 당뇨(1.36배), 음주(1.51배), 스트레스(1.3배), 심장질환(2.38배), 혈중 총콜레스테롤·LDL콜레스테롤·중성지방이 증가된 상태거나 HDL콜레스테롤이 감소된 상태(1.89배) 등이다. 이중 여러 개의 위험요인을 갖고 있다면 그만큼 뇌졸중 위험도는 높아진다.

반대로 이 10가지를 조절할 수 있으면 뇌졸중을 90% 막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형석 유성선병원 신경과 과장은 "뇌졸중은 한 번 올 때마다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수명이 약 4년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외에도 경동맥(목동맥) 협착과 편두통도 뇌졸중과 연관이 있어 조기 진단을 통해 예방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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