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드는 난민에 유럽 곳곳 갈등

▲ 그리스 코스 섬 임시 난민촌의 아프간 난민 소년

(동양일보) 올해 그리스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았던 유럽연합(EU)이 날로 심각해지는 난민 문제로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난민 문제가 그리스 경제 위기보다 EU에 더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 공영 ZDF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들어 독일에서 난민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200건 이상의 방화사건에 대해 묻는 질문에 "우리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총리는 이어 "난민의 유입은 그리스 이슈나 유로화 안정성 문제보다 유럽을 훨씬 더 큰 고민에 빠뜨릴 것"이라며 "앞으로 난민 이슈가 유럽 국가들이 정말 공동 행동을 취할 수 있을지를 보여줄 중요한 유럽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올해 들어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들의 수가 급증하면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난민들이 선호하는 최종 정착지인 독일이나 스웨덴, 영국 등은 물론 관문 도시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도 연일 몰려드는 난민에 몸살을 앓는 중이다.

특히 어느 한 밀입국 루트에 대한 경비가 강화되면 다른 루트로 다시 몰려 무대만 옮긴 채 난민 위기가 반복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봄 리비아를 출발해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이 크게 늘면서 난민들이 도달하는 이탈리아가 난민 구조 등으로 곤란을 겪은 데 이어, 영국 입국을 원하는 난민들이 무더기로 프랑스 칼레와 영국을 잇는 유로해저터널 진입을 시도해 양국에 심각한 문제가 됐다.

지난달 말 유로터널 통과를 시도한 난민이 하룻밤 2천 명에 달하며 정점을 찍은 '칼레 위기'는 차단벽과 CCTV 등 보안 강화로 최근 150명 수준까지 떨어지며 한풀 꺾였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이날 보도했다.

지중해와 유로터널 난민들에 관심이 집중된 사이 터키와 그리스를 잇는 에게해를 통한 난민 유입도 크게 늘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터키를 출발해 그리스로 도착한 난민은 모두 13만4천988명으로 이탈리아로 온 난민 10만2천 명을 뛰어넘었다.

시리아, 아프간 등 출신 난민들이 지중해에서 난민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리비아 밀입국조직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덜 위험한 에게해 루트를 택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2천 명 이상이 사망한 지중해 루트와 비교하면 에게해 루트는 '일등석'"이라고 표현했다.

몰려드는 난민으로 그리스 섬 등은 포화상태가 됐고, 처참한 난민촌 상황 등은 또다른 인권 문제가 됐다.

이처럼 유럽 곳곳이 난민 문제에 시달리면서 EU 국가간 갈등도 유발되고 있다.

유럽 유입 난민들을 EU 회원 국가들이 분산 수용하는 난민 쿼터제 도입을 놓고 영국, 헝가리 등이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칼레 난민 위기를 둘러싸고 영국과 프랑스가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개별 국가 내에서도 난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국민들의 온도차가 커서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유럽 내 일부 국가들은 난민 도착지가 아니라 출발지가 되기도 한다는 점도 갈등 요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 60만 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알바니아, 보스니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등 유럽국가 출신이었다.

독일 내무장관은 이에 대해 "유럽의 수치"라고 표현했으며, 메르켈 총리도 이날 인터뷰에서 난민들의 출신 국가 가운데 폭력이나 박해 위험이 없는 안전한 국가의 목록을 만들어달라고 EU에 요청하기도 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