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재조정안 마련후 의원 정수 논란 재점화 가능성

(동양일보) 여야가 20대 총선의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비율은 선거구획정위에 일임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답보상태였던 선거구획정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이런 내용의 '선거구 획정기준'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20일 선거법심사소위에서 의결, 전체회의로 넘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기준을 확정하면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작업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야의 입장이 대립되는 '민감사항'인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국회가 결정하지 않고 선거구획정위에 '공'을 넘김에 따라 선거구획정작업에 또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일각에서는 지역구·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놓고 획정위 내부에서 '여야의 대리전'이 전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획정위가 우여곡절 끝에 획정안을 마련해 법정기한인 오는 10월13일까지 국회에 제출하더라도 국회에서는 다시 국회의원 정수 문제와 함께 비례대표 의원수를 놓고 논란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자치구 분할 예외 허용 = 정개특위가 선거구획정위에 넘겨줄 획정기준에는 원론적인 수준의 '대원칙'만 담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헌법재판소의 결정대로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2대 1 이내로 조정하도록 하고,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는 시·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 행정구역, 지리적 여건, 교통, 생활문화권 등을 고려해 획정한다'는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행법에서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지역구에 포함시킬 수 없도록 한 '자치 시·군·구 분할금지 원칙'과 관련, 부득이한 경우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별도의 선거구로 존재하고 있지만 인구격차를 2대1로 조정할 경우 인구수가 하한선을 밑돌아 조정이 불가피한 서울 중구, 부산 서구, 부산 영도구, 광주 동구 등의 지역에 예외를 적용, 지자체를 분할해 인접 선거구와 합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선관위에 따르면 7월 말 기준으로 헌재가 제시한 2대 1의 상한(27만8000여명)·하한(13만9000여명) 인구비율을 적용할 때 조정이 불가피한 곳이 60개 선거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한 인구수를 초과해 분할하거나 인접 선거구와 조정이 필요한 선거구는 36개, 하한 인구수가 미달해 인근 지역구에 통·폐합돼야 하는 선거구는 24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선거구 분할의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통·폐합의 경우 어느 선거구와 합치느냐에 따라 정당 및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게 된다.

또 획정기준 중 어떤 요인을 우선해서 적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선거구획정안이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 여야는 물론 지역 주민들간 이해관계가 맞설 수 있다는 점에서 획정위 내부 논의과정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분할 대상인 선거구는 대부분 대도시인 반면에, 통·폐합대상인 지역구는 농촌지역이어서 국회가 제시한 기준만으로 선거구를 획정하기에는 제한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례로 현재도 4개 시·군(영월·평창·태백·정선 등)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인 경우가 몇 군데 있지만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인구가 적은 농촌에선 5개 시·군이 하나의 선거구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조정대상으로 거론되는 일부 선거구에선 해당 국회의원 및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결국 선거구획정위는 '게리맨더링(자의적인 선거구 조정)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지역여론 수렴 및 현지 실사 등을 토대로 조정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의원정수·지역구·비례대표 의원 비율 논란 재점화될듯 = 정개특위는 선거구획정기준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비율을 제시하지 않기로 하고 이것조차도 획정위에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정개특위는 또하나의 특권내려놓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조율이 어렵다고 판단, 정개특위가 이를 획정위로 떠넘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야 내부에서는 "왜 정개특위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비율까지 선거구획정위에 넘기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는 원활한 획정작업을 위해 자체적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비율에 대한 합리적 결정을 도출한 뒤 선거구를 획정하거나, 비례대표 의원수는 접어둔 채 '전체 의원정수 300명'이라는 반쪽 기준만을 토대로 지역 선거구 획정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의 경우 획정위원마다 합리적인 지역구·비례대표 비율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어 획정위 내부에서 격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경우 선거구획정위는 △지역구·비례대표 의원비율을 현행(246-54)대로 유지하는 방안 △지역구수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안 △지역구수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안 등 크게 3가지 경우의 획정안을 만든 뒤 여론을 수렴해 최종적인 획정안을 국회에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획정위가 후자를 택해 선거구획정작업을 할 경우에는 현행 '지역구 246개'를 최대한 유지하는 선에서 선거구획정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연적인 인구증가에다가 지역구 인구편차를 현행 3대1 이내에서 2대1 이내로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선거구획정과정에 '246개 선거구'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지역구수가 현행 246개를 넘어서는 획정안이 마련될 경우 늘어난 지역구수만큼 비례대표 의원수를 줄일지, 아니면 전체 의원정수가 300명을 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수 54명을 그대로 유지할지를 놓고 여야간 또 한차례 격론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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