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몸속 세포의 자정작용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활용해 부작용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9일 의공학연구소 안형준 박사 연구팀이 세포 청소에 관여하는 siRNA를 활용해 약물을 전달하면서 암세포를 청소할 수 있는 신개념 RNA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siRNA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이 우리 몸에 침입했을 때 이들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이런 침입자들의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세포 청소 활동인 'RNA간섭'(RNAi)에 관여하는 물질 중 하나다.

일종의 '세포 청소부'인 siRNA의 이런 기능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이를 암 치료에 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혈액 속에 RNA를 분해하는 효소가 많아 이를 주입해도 원하는 장소에 도달하기 전에 분해된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siRNA를 목표한 지점까지 안전하게 운반해줄 '전달체'가 필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에는 합성물질을 사용한 siRNA 약물이 제조돼 쓰였다. 그러나 이런 약물은 암 세포의 증식을 막는 효과는 크지만 독성이 높은 합성물질을 쓰다 보니 동물에서 면역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고 암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중합효소를 사용해 siRNA가 무수히 반복적으로 연결돼 있는 RNA 폴리머를 만들어냈다. RNA 폴리머는 혈액 내 핵산분해효소에 영향을 받지 않아 표적세포까지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

치료제인 siRNA가 그 자체로 전달체 역할도 겸하게 된 셈이다.

이렇게 목표에 도달한 RNA 폴리머는 몸속의 특정 효소에 의해 다시 치료 효과가 있는 siRNA로 분리된다.

연구진은 또 크기가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너무 커서 세포 안에 들어갈 수 없는 RNA 폴리머를 나노미터(㎚) 수준으로 줄여주는 압축기술도 개발했다.

아울러 RNA 폴리머가 건강한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암조직에만 전달되도록 할 수 있는 특정물질 코팅법도 개발해 암 치료에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RNA 전달체를 만들어냈다.

안형준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RNA 전달체는 기존 siRNA 약물과 비교해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으면서 생산 비용도 크게 저렴하고 암 세포만 타깃으로 삼아 유전자 치료제로서 적용 가능성이 크다"며 "힘들고 부작용이 컸던 항암 치료에 활용될 경우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박사는 또 "이 전달체들은 RNA의 서열만 바꿔주면 어떤 유전자를 공격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며 "암 이외의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GiRC 시범사업, 보건복지부의 암정복 추진연구 개발사업, KIST의 미래 원천의공학기술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온라인판(6일자)에 실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