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코스닥 하루 순매도액 15년여만에 최대

(동양일보) 국내 증시의 조정 양상이 불안하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형주는 힘이 빠진 지 이미 오래고, 최근 들어서는 코스닥과 중소형주가 급락하며 시장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 등 악재가 쏟아지면서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형국이다.

특히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한 코스닥의 하락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추풍낙엽' 코스닥 "650선이 중요 지지선" = 7월 780선을 넘어서며 800선 고지를 넘보던 코스닥지수는 연일 하락해 19일 장중 650선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날 코스닥은 4.18% 내린 670.55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중국 증시 폭락 등의 영향으로 장중 6.81%까지 급락했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닥지수의 연중 고점은 지난달 20일 기록한 782.64이다. 불과 1개월 만에 110포인트 넘게 급락한 셈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에도 3% 넘게 하락하는 등 최근 '패닉'에 가까운 상황을 맞고 있다.

최근 대내외 불안요인이 부각되면서 국내 증시의 조정이 코스닥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의 급락세는 올해 들어 국내 증시를 이끈 성장주인 제약·바이오, 화장품주의 하락세와 연결된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높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받던 성장주에 대한 경계 심리가 커졌다"며 "성장주에 대한 경계감과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코스닥이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기관 매도세가 강화되는 점도 부담이다. 기관 매도로 수급 불균형을 불러와 하락을 가속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기관은 161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는 기관의 하루 코스닥시장 순매도액으로는 2000년 1월 이후 최대 규모이며 역대 세번째다. 사상 최대 규모는 2000년 1월6일의 2263억원이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에 대한 우려는 산이 높았으니 골이 깊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산이 높았던 만큼 불안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외국인과 기관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닥의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650선 부근에서는 지지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영일 연구원은 "코스닥의 단기 하락 추세가 시작됐으며 이번 조정은 다음 달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강력한 중기 지지선인 650선이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환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지지선을 하회하면서 몹시 위태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코스닥의 다음 지지선은 650선 내외로, 단기적으로는 650∼740선에서의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중국발 악재 부담 '과매도' 분석도 = 주변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국내 증시가 저점을 확인하고 반등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선 미국과 중국 등 주요 2개국(G2)과 관련된 변수의 압박이 심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는 끊임없이 국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와 위안화 평가 절하, 중국 증시의 폭락 등 또 다른 '폭탄'이 더해졌다.

올해 들어 상대적인 부진을 보여온 코스피 대형주의 반등 역시 지연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4월 2,150선을 돌파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지난달 반등에 나서며 일시적으로 2,10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다시 하염없이 하락해 1,940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0.86% 내린 1,939.38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중 한때 1,910선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유가 불안과 잠재적인 중국 구매력 저하 우려 등으로 에너지·화학, 화장품·음식료 등 중국 관련 업종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코스피 대형주의 반등 시도도 무산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스닥과 중소형주도 3분기 실적이 하향조정되고 있어 전반적인 밸류에이션 재조정과 함께 종목별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며 "기관의 본격적인 매도 및 개인 신용잔고 추이 등에 따른 수급 충격 발생 여부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과매도권에 진입한 만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이 투자심리 악화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상반기 국내 기업 실적이 비교적 양호하고 저평가 매력도 부각돼 외국인의 매도세가 약화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효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을 앞두고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시각이 좀 더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예고된 악재는 부정적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방향성 탐색 과정을 거친 후에는 우려보다 기대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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