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수

고추밭은 바짝 약이 오르고

6남매가 모였다

한철 끊겼던 소식 다시 이어지듯

오래 전 이 집을 지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 우리 모두는 기둥이라고

귀가 닳도록 들었다

정말 기둥인 줄 알았다

그 후 기둥들 다 빠져나간 집은

그것 보라는 듯 기울어져 갔다

 

고추밭에 있으리라 여겼던 어머니가

옆방에 누워있다

빨갛게 고추는 약이 올랐는데

첫물고추들이

끙끙 앓으며 마르고 있었다

이렇게 ‘매운방’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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