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권한대행 지자체 늘어 고민
진천 기업도시·스포츠타운 조성 우선순위 밀릴 듯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도가 유영훈 진천군수의 중도 낙마로 고민이 커졌다.

도내 11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27일 현재 부군수가 군수 권한을 대행하는 곳이 괴산군에 이어 진천군 2곳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도는 이들 지자체와 손잡고 추진하는 각종 현안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임각수(68) 괴산군수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수개월 앞두고 괴산에 제조공장을 둔 외식업체 J사 회장 A(46)씨로부터 1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 등)로 지난 6월 구속 기소됐다.

이에 따라 윤충노 부군수가 군수 권한을 대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111조 1항은 단체장이 공소 제기 후 구금 상태에 있을 때 부단체장이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4월까지 2곳 모두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지면서 기초자치단체와 협력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충북도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시종 지사는 이런 우려를 없애기 위해 조만간 진천군을 방문할 예정이다.

군수 권한대행인 전원건 부군수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군정에 차질이 없도록 온 힘을 쏟아달라고 당부할 계획이다.

이 지사는 임 군수가 구속 기소된 직후에도 괴산군을 방문해 똑같은 주문을 했다.

하지만 도청 안팎에서는 유 군수의 낙마로 도와 진천군이 함께 추진하던 진천 기업도시 지정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은 이 지사가 지난 5월 8일 진천군을 방문했을 때 유 군수가 내놓은 것이다.

당시 유 군수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나서 국토교통부에 기업도시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북도와 진천군,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군수가 공석인 상황에서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내년 4월 새로 선출될 군수가 뜻을 달리하면 사업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있다.

도는 국가대표 훈련시설인 진천 선수촌과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악재에 부닥치기는 마찬가지다.

사업비를 분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군수가 공석인 진천군과 논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 군수가 구속 기소된 이후 괴산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도맡아 준비하던 충북도로서는 유 군수 낙마로 더욱 버거운 처지에 놓인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이 지사의 정치적 입지 역시 좁아지게 됐다.

이 지사와 같은 당 소속인 유 군수가 낙마하면서 도내 11개 시·군 중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기초단체장은 이근규 제천시장과 홍성렬 증평군수만 남게 됐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와의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데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하는 게 적절하지 않지만, 같은 당 소속 단체장에게 속내를 더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진천군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이 지사 역시 신경을 많이 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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