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논설위원 / 영동대 교수)

▲ 백기영(논설위원 / 영동대 교수)

하이라인 공원은 뉴욕시가 시민에게 준 최대의 선물이다. 버려진 철도에 생태환경을 재조성한 신개념 공원인 하이라인은 뉴욕시의 침체된 경제를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 및 웨스트 첼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9년 하이라인 공원의 개막식에서 뉴욕 시장이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하이라인에는 사람들이 몰려오고 지역경제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유명한 회사들이 하이라인 근처에 계속 사무실을 오픈하고 있다. 창의적인 정신을 지닌 젊은이들이 하이라인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들의 소비패턴에 맞춰서 상점과 주거지가 달라져서 하이라인 주변은 예전에는 낡아서 꺼려하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유행의 중심지역으로 변신하고 있다 한다. 그저 오래되고 낡은, 흉물이었을 철길에 공원을 조성하고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를 놓았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몰리고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유명한 명소가 된 것이다.

국제공모를 통한 공원 디자인은 열린 개방성을 가지고 세계적 주목을 받았고 국제적 수준의 문화를 창출했다. 삭막한 맨해탄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사용이 중단된 과거의 도시기반시설을 현대적 요구에 맞게 지은 공공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른 공원과 차별화된다. 하이라인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함께 이어져있는 첼시 마켓도 유명하다. 첼시 마켓은 오래된 과자공장을 상점으로 변모한 공간으로, 지금은 하이라인과 더불어 사랑받는 장소가 되었다.

하이라인은 뉴욕 맨해튼 남서부의 허드슨 강변의 첼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1934년 첫 운행을 시작한 고가 화물 철도로 인근 부두에서 공장과 창고로 자재를 수송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그러나 수송 트럭이 증가함에 따라 1980년을 마지막으로 철도 운행이 완전히 중단된다. 폐선 이후 이 지역은 우범지역으로 변모되었고, 지가 하락이 어어졌다. 지주들과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폐허된 고가철도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철거를 요청하고 시는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후 개발론자와 보존론자의 첨예한 대립이 시작되었다. 이때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라는 비영리 조직이 만들어지고 본격적으로 철거 반대 운동을 펼쳤다. 그들은 폐철로를 그린웨이 형태의 공공장소로 재활용하자고 했다. 수년에 걸친 소송의 결과 하이라인 친구들이 승소했고 뉴욕 시장의 설득을 받아냈다.

이렇게 뉴욕 하이라인 공원의 조성은 시민단체와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재창조된다. 지역 주민들과 시민운동가들이 조직한 하이라인 친구들이 뉴욕시, 철도회사, 건물주, 주민 등 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10년이 넘는 끈질긴 노력 끝에 만들어진 장기 프로젝트이자 기념비적인 도시재생의 사례이다.

하이라인 사업이 성공한 데에는 공중권과 개발권 이양제도를 폭넓게 인정하는 한편 공공공간 확보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여 다수 이해 당사자들의 지지를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뉴욕시는 2005년 하이라인 지역을 특별목적지역으로 지정하고 하이라인 아래의 토지 소유주 뿐 아니라 인접지까지 개발권 이양을 가능하게 인정해 줌으로써 보존론자와 개발론자 양쪽 모두에게서 지지를 확보한다.

 
하이라인이 단순한 오픈 스페이스를 넘어서서 산업시대의 산물을 재이용했다는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이 지역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폐허된 철로길을 공중의 생태공원으로서 재탄생시켜 매년 4백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이라인의 인기에 힘입어 주변 지역은 다시 활성화되었고 방문객으로 넘쳐흐르고 있다.

하이라인의 성공은 주민 중심의 상향식 거버넌스를 토대로 오랜 기간 진행된 점, 파리의 철길 산책로 아이디어를 토대로 출발했지만 예술인으로 구성된 하이라인 친구들 조직이 뉴욕스러운 발상을 적용하여 성과를 얻은 점, 역사적 유산을 지역개발의 매개체로 개발업자에게 새롭게 인식시켰고 정당하고 공평한 보상체계를 마련한 점 등은 성공의 핵심요인으로 이야기된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버려지고 낡은 지역을 바꾸는 것 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공존하게 만든다는 것을 하이라인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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