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프로 시청률 10% 넘으며 지상파·케이블 너도나도 쿡방

 

이쯤 되면 홍수 수준이다.

요리를 콘셉트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시청자의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단계까지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 아류작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만들어지는 게 방송가의 생리지만, 요리 예능 프로그램은 그 숫자와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그만큼 요리 프로그램은 베끼기 쉽고,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에 많은 품이 들지 않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이 발 빠르게 쫓아갈 수 있다. 관련 제품의 간접광고(PPL)가 가능하다는 점도 아류작을 부추긴다.

 

● 매달 새로운 프로그램 생겨나·출연진도 겹쳐

TV조선은 배우 김수로, 이재룡, 윤다훈이 출연하는 신규 프로그램 ‘인스턴트의 재발견! 간편밥상’을 다음 달 중순 선보인다고 26일 밝혔다.

요리에는 일자무식인 세 명의 유부남 남자 배우와 두 명의 셰프가 색다른 요리법을 선보이는 콘셉트다.

SBS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기용한 새 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 천왕’을 오는 28일 가동한다.

각 요리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요리사들이 한 치 양보 없이 이른바 ‘요리 월드컵’을 벌이는 프로그램으로, ‘대세’인 백종원을 내세워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이 요리 월드컵의 해설위원, 방송인 이휘재가 캐스터, 개그맨 김준현이 ‘먹방선수’ 역할을 각각 맡는다. SBS는 “스포츠보다 짜릿한 요리 중계쇼”라고 밝혔다.

올리브TV는 시청자들이 가진 ‘하찮지만 위대한 요리 비법’을 찾는 ‘비법’을 지난달 13일부터 방송하고 있다.

이들 세 프로그램만 봐도 콘셉트는 물론이고 출연진까지 기존 요리 프로그램과 겹친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고수들이 요리 대결을 벌이거나, 요리 문외한들에게 쉬운 레시피를 전수하는 콘셉트는 이제 TV에서 넘쳐난다.

● 삼시세끼·집밥 백선생·냉장고를 부탁해 최고 인기

요리 예능 프로그램의 선두 주자는 tvN ‘삼시세끼’와 ‘집밥 백선생’,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지상파를 압도하는 인기를 누린다. 백종원이 하차하기 전까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도 인기 요리 프로그램 대열에 포함됐다.

‘삼시세끼’는 현재 방송 중인 정선편2가 12.4%(이하 닐슨코리아), 올 초 어촌편이 14.2%까지 치솟는 등 ‘대박’이 났다.

‘집밥 백선생’도 백종원이 가족사로 구설에 올랐음에도 지난 25일 자체 최고인 7.5%을 세웠고, ‘냉장고를 부탁해’도 최고 시청률 8.2%를 자랑한다.

상황이 이러니 이들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베낀 아류작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하도 거센 열기라 EBS마저 4부작 요리 예능프로그램 ‘국제식당’을 방송했을 정도다.

● 노골적 간접광고·시청자 피로도 증가

이처럼 요리 예능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여전히 몇몇 프로그램은 시청률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지만, 너무 많은 요리 예능 프로가 방송되다 보니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부 시청자 김선희(45) 씨는 “채널마다 요리 프로그램이 방송되니 다른 것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을 정도다. 낮에도 온통 요리 프로그램 재방송뿐”이라며 “출연자마저 같은 프로그램을 왜 서로 방송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요리 예능 프로그램은 노골적인 간접광고(PPL)로도 지적을 받고 있다. ‘삼시세끼’나 ‘집밥 백선생’에서 각종 인스턴트 식품 등 식료품이 노골적으로 홍보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요리 프로그램에서는 특정 요리 기구도 자연스럽게 ‘선전’되고 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