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기(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 홍연기(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방학 때 한산했던 대학 캠퍼스가 개강과 함께 학생들이 북적이는 소리로 활기차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은 방학 내내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 및 구조개혁 조치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의 분위기와는 달리 대학은 무더운 여름날 살얼음을 걸어야 했었다. 그 결과가 어제 발표되었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학령인구 급감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근거하여 시행되었다. 학령인구 급감은 늘 지적되던 사항인데 대학 입학가능자원이 2013년도 기준 약 56만 명에서 10년이 지난 2023년에 약 40만 명으로 줄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선뜻 어느 대학이 먼저 나서서 스스로 입학정원을 줄이기는 어려운지라 교육부에서 구조개혁 평가를 통해 입학정원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번 평가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국내 총 298개교를 대상으로 정량, 정성지표를 함께 활용하여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요소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로 진행된 바 있다. 그 결과 4년제 대학 32곳과 전문대 34곳 등 대학 66곳이 D등급 이하 판정을 받았다. 이들 대학은 내년에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등급에 따라서는 해당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국가에서 주는 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에서도 불이익을 보게 됨으로써 입시에도 큰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충북지역의 경우 일반대 10곳 중 5곳과 1곳의 전문대가 포함되어 지역 대학가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번 대학 구조개혁 평가 및 구조개혁 조치의 취지는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한 선제적 구조개혁과 평가 결과가 미흡한 대학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수요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위한 학사구조 개편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평가 결과에 대해서는 대학별로 여러 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이번 평가가 국내 대학 구조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정량적 지표를 적용한 대학평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시되어 왔던 교육부의 정책이었다. 대학 평가에 정량적 지표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NURI)’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 및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학사조직 평가를 위해 교원확보율, 학생 충원율, 그리고 취업률이 필수 성과지표로 도입되었다. 필수 성과지표이외에 대학 또는 사업단에서 정한 자율 성과지표를 도입할 수 있게 하여 대학 및 사업단 특성에 맞는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지표들이 점차 확대되어 대학의 학사운영, 교육여건, 산학협력을 포함한 연구 성과 전반에 걸쳐 적용되어 왔으며 이제는 ‘대학 알리미’를 통한 공시지표를 근간으로 하여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모든 재정 지원 사업 및 평가에 적용되어 왔다. 다만 이번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는 단순 정량평가에서 탈피하여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 및 제반 운영사항에 대한 정성 평가를 도입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을 지표라는 수단을 통해 평가하는 것이 온당한가의 여부와 현재 적용 중인 지표들이 대학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서 합리적인가에 대해서는 계속적인 논의가 필요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변화하는 산업 및 사회 환경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지금의 대학 구조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늘 지적되어 왔던 대로 이제 대학은 더 이상 구조개혁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과거처럼 매년 똑같은 학사일정에 학문단 중심의 동일한 교육을 해서는 대학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전국의 대학 마다 똑같은 학과들이 운영되고 있다 하더라도 이제는 대학의 소재지나 상황에 맞는 특성화된 학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대학이 취업을 위한 직업학교가 되어서는 안 되며 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전수할 수 있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학의 부단한 노력 또한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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