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교란 식물인 가시박 때문에 전국의 산하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귀화식물인 가시박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덩굴식물로, 1990년대 초반 농작물 접목과 호박, 수박, 오이 등의 연작피해를 막기 위해 유입됐다고 한다. 병충해와 생존력이 강한 특성 때문에 들여왔다고는 하나 유해성을 검증하지 않은 게 크나 큰 실수였다.
가시박은 한그루에 암·수꽃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자웅동주(雌雄同株)로, ‘안동오이’라고도 불린다. 안동오이라는 이름은 경북 안동지역에서 오이 연작피해를 막기 위해 오이덩굴에 접묘목으로 사용하면서 붙여졌다.
가시박은 특히 호수나 강, 하천 등지를 끼고 있는 곳에서 집중 확산되고 있다. 가시박 씨앗주머니가 가벼워 물에 쉽게 뜨고 물을 따라 이동하면서 곳곳에서 왕성하게 씨를 뿌리기 때문이다. 충주호와 대청호 주변이 가시박으로 온통 뒤덮여 있는 게 바로 이같은 생육조건을 갖추고 있어서다.
가시박은 스프링처럼 덩굴손으로 다른 식물을 감아가며 자라고, 이후 자생지 일대의 햇볕과 영양분을 차단하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1년생 식물로 주로 5월 무렵 발생해 7월이 되면 하루에 30㎝이상 자라나 주변의 키 작은 나무를 덮고, 8월에는 아무리 큰 나무라도 끝까지 타고 올라가 시름시름 고사시킨다,
가시박은 이 과정에서 개화를 시작해 이듬해 번식을 준비하고, 이때 생기는 가시박 씨앗주머니에는 2만5000여개의 씨앗이 들어 있어 이듬해 무더기로 발아해 또다시 생태계를 지배하게 된다.
이처럼 식물 생태계의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가시박의 폐해가 심상치 않자 환경부는 2009년 가시박을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고시했다. 하지만 지정만 했지 가시박을 제거할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의지나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자체별로 겨우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가시박을 비롯한 도로변 잡풀 제거를 하는게 고작이다.
충주시의 경우 남한강 유역인 중앙탑면과 소태면, 앙성면 일대에서 가시박 제거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원주지방환경청도 지난해까지는 충주호 등지에서 가시박 제거 활동을 폈지만 올해는 예산도 세우지 않고 제거 계획도 없다고 한다. 관련법 제정과 생태계 교란 식물 지정을 했으면 응당 가시박 제거에 앞장서는게 당연하건만 담당 부서마저 신경을 안쓰는 사이 가시박은 대한민국 산하를 좀먹어 들어가고 있다.
가시박을 이대로 뒀다간 수십년간 자라 온 멀쩡한 나무가 다 죽게 돼 있다. 잎으로 나무를 감싸면 햇볕을 쐬지 못해 고사는 시간문제다. 때문에 우리의 강산을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려면 정부가 나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차제에 공공근로인력을 대거 가시박 제거에 투입하는 산림보호정책을 펴야 할 때다. 일자리도 창출되고 나무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다. 치산(治山)으로 울창해진 우리 산에서 가시박, 칡넝쿨 같은 잡목은 제거하고 우량 나무만 자라도록 하는 산림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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