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김영하의 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읽고 가슴이 덜컥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는 학교 밖에서도 설 곳이 없는 가출 청소년들의 적나라한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성폭행과 폭력, 절도 등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가출팸(가출패밀리). 그 세상의 끄트머리에서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이들의 모습을 소설 속 이야기로만 믿고 싶었다. 그러나 실상은 2012년 발간된 이 소설보다 더 잔혹했다. 특히 가출팸의 여자 청소년들은 구성원들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받으며 학대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일 개회한 42회 충북도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는 폐교된 청주 오창초 유리분교에 설립된 가정형 Wee센터가 화두에 올랐다. 여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 가정형 Wee센터는 이광희(청주 5·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인력과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현재 부센터장, 사회복지사 2명, 생활지도사, 조리원 등 5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1년 예산은 1억5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수용인원은 2012년 4명, 2013년 2명, 2014년 5명에 불과하다. 찾기 어려운 시골 폐교에 가정형 Wee센터를 설치하고 1년에 4~5명에 불과한 인원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실정에 대해 김병우 교육감은 “접근성 면에서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겠다”며 “유리분교에는 특수교육원을 만들고 가정형 Wee센터는 시내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답변해 그나마 안도감을 줬다.

갈 곳 없는 청소년이 찾을 수 있는 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현재 가출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22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들을 수용할 청소년 쉼터 수용 인원은 1500여명에 불과하다. 위기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 및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가정형 Wee센터는 충북에 단 1곳. 그나마도 전시행정으로 인해 효율적인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형 Wee센터의 접근성을 높이고, 소외된 청소년들이 가출팸 등 음성적인 공간에 빠지지 않고 세상 속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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