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벼랑을 등지고 허공이 허공을 받아내는 일

 

마른번개 끓이던 소리는 잠깐,

눈 한번 질끈 감았을 뿐인데

 

당신이 멈춰 선 동안은 나도 멈춰 선 사람

슬쩍, 등 떠다밀고 싶은 야릇한 진심으로 왼발에 몰두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때부터

이름이 사라졌습니다, 벼락나무

 

빛이 태워버린 나이테의 방향을 따라

산 채로 죽은 나를 나는 어떻게 증거해야 할까요

 

당신은 나를 당겼다, 풀었다, 돌아서기를 반복합니다

너럭바위 아래 깍아질러 절벽

알 수 없는 입구가 미혹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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