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 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지난 8월말 경기도 시흥에서 70대 노모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25년째 누워 지내던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오랜 병수발에 힘들어하던 노모는 최근 건강까지 악화되자 자기가 죽으면 보살필 사람도 없고 결국 시설에 보내질 텐데 거기서 맞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아들을 살해하였다. 금년 3월에는 서울에서 뇌성마비를 앓는 생후 2달된 아들을 살해하려한 30대 주부가 경찰에 붙잡혔고 부산에서는 한 어머니가 심한 아토피를 앓고 있는 8살 된 딸과 함께 생을 마감하기도 하였다. 또 서울에서는 장애를 가진 형을 돌보던 남자가 형을 흉기로 살해하고 자신은 아파트에서 투신하여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7월에는 광주에서 우울증을 앓던 60대 남성이 지적 장애3급인 30대 아들을 흉기로 살해하고 자신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기도 하였다. 8월초 경기도 안단에서는 아들과 단둘이 살던 50대 여성이 집 안에서 백골화가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시신 옆에는 19살 된 지적장애 아들이 수척한 모습으로 있었다.

 이와 같은 뉴스를 접할 때마다 자폐성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애잔한 심정이 된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그동안의 고통이 가슴 절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천형을 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애아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심리적·정서적으로 불안과 긴장상태를 지속적으로 경험하여 심신이 피폐해져 있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다보면 가족이 해체되거나 가정이 파괴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지적 장애아와 자폐성장애아는 장애정도에 따라 부모 중 한명이 장애가 있는 자식을 하루 종일 돌봐야하는 경우도 있어 부모의 삶은 더욱 고달프기만 하다. 1년 365일 휴일도 없는 그들의 삶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장애인정책이 2007년을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이야기 한다. 2007년에 장애인 인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동법은 ① 고용 ② 교육 ③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 ④ 사법ㆍ행정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 ⑤ 모ㆍ부성권, 성 등 ⑥ 가족ㆍ가정ㆍ복지시설, 건강권 등의 6개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도록 하였다. 또한 장애인차별시정기구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규정과 손해배상 및 벌칙규정을 둬서 차별행위가 이루어질 경우 제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시행이 이루어진지 8년째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사회 각 분야별로 제반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에 대한 문제는 정부의 장애인정책과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그리고 장애인들의 자활의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무엇보다도 먼저 정부의 장애인정책이 소극적이다 보니 다른 부분에서도 개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본다. 법적 제도적으로 장애인과 관련해서는 미진한 부분도 많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의 인식도 장애인들을 자기결정권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수혜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경우 장애인이라는 표현대신 ‘몸이 불편한 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지하철의 경우 보호자가 없더라도 역무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직접 도와준다. 이를테면 타는 곳에서 역무원이 받침대를 준비하여 쉽게 탈 수 있도록 도와준 후 내릴 곳으로 연락을 해서 도착지에서 역무원이 미리 대기하도록 한다. 이는 장애인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다른 승객들의 불만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실생활과 밀접한 장애인정책들이 제도화될 때 장애인들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비장애인들의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이나 시선이 사라지고 배려문화도 싹틀 수 있다.

 


 장애인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장애인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이다. 하지만 정부의 장애인정책이 적극성을 띠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또한 모든 문제에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개선에서부터 시작하여 장애인들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생활 속의 변화를 실현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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