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내 각 시·군이 내놓고 있는 각종 사업계획이 현 수준의 재정자립도로 과연 그런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일단 벌여놓고 나면 뒷감당은 어떻게 되겠지 하는 ‘허세’ 섞인 사업 추진은 아닌지 우려된다. 음성군은 올해 본예산 4470억보다 604억원이 증액된 5074억원으로 예산을 세웠다. 현재 충북도 각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20%대에서 50% 수준이다. ‘거창한’ 사업들을 추진하자면 국비와 도비 보조를 받는다 하더라도 절반 정도는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 절반의 예산을 20∼50%의 재정자립도를 가진 기초단체에서 충당하기엔 꽤 벅찬 일이다. 사업을 추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촘촘하고 세밀한 세부 계획을 세운 뒤에 추진하라는 이야기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지방세 수입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시·군 재정의 주요 세원인 담배소비세 수입 등도 격감하고 있다. 일부 시·군에서는 사업 우선순위도 무시한 채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사업이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뭔가 남다른 치적, 사업실적을 올려보려는 무리한 욕심이 300~400억원대 사업을 구상하게 된다. 30억~40억원대의 사업을 몇 개씩 계획하는 무리수를 두다보면 최악의 경우 파산하는 지자체가 속출할 수 있다. 오죽하면 음성지역의 경우 세금 바로쓰기 운동 본부가 결성된 가운데 모든 예산에 대해 검증하고 있을까.
이들 단체는 무모한 사업의 예산 낭비를 지적하며 단체장 자의에 의한 예산편성을 지양하고 주민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의욕에 찬 자치단체장은 제도와 여건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짜임새 있는 살림살이를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지방재정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불요불급한 선심성사업 계획과 단체장들의 외형적 성과에 급급하는 행태에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스스로의 수익사업 개발 노력이 필요하고 문화적 유산, 제도, 자원을 전제로 지역의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물적 차원에서 부존자원에 대한 전문적인 심층분석이 있어야 한다.
지역개발 방안은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해 설정돼야 한다는 점을 단체장들은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이념이나 개발 방식, 현대적 전략, 혁신의 추진 등은 해당 도시 또는 지역 실정에 맞도록 변형시키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효율적 사업 추진은 맹목적이거나 모방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상적인 사업이 있다 해도 긴급한 사업에 순위를 양보해야 하는게 상식이다.
주민이 헐벗고 굶주리는 데 남의 일로 돌리고 이상적인 사업, 행사를 벌여 얻을 게 무엇인지를 냉정히 따져 봐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여유 없이 냉혹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단체장은 정치적 계산에 의해서가 아니라 행정개혁적 차원에서 사업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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