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화인증기업 탐방 <13>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경영기획부 황미경(31) 주임에게 직장은 출산 후 더욱 소중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 됐다. 임신 기간 동안 명패 위에는 ‘뱃속 아기를 보호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더해져 있어 자연스럽게 동료들로부터 배려를 받았고, 복직 후에는 ‘워킹맘&대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장기간의 휴직에서 오는 업무에 대한 두려움을 가볍게 떨쳐냈다. 분만 후 3개월의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 1년은 물론 당연한 수순이었다.

현재 21개월 된 딸 지유는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 청사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점심시간이나 일과 후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야간·주말 보육이 가능해 워킹맘들에게 더없이 좋은 곳이다. 회사 내에 같은 어린이집을 보내는 또래 부모들이 많아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황씨는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내고 경력단절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기간을 누리며 아이와 애착 형성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아이가 다니는 직장어린이집은 프로그램도 잘 구성돼 있고 때론 식단을 학부모가 검수하는 시간도 마련돼 안심하고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하 KOHI)은 가족친화인증기업·기관의 교과서 같은 곳이다.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37.3세. 젊은 조직인 이곳은 타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산 가능 연령층이 두텁다. 때문에 육아와 출산 문제는 늘 직원들의 화두다.

이곳에서는 출산을 경험한 거의 대부분의 직원이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한다. 지난해에는 10명, 올해는 5명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이중에는 남성도 6명에 달한다. 국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5%에 불과한 실정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숫자다. 정규직 뿐 아니라 계약직도 차별 없이 시행되며 복귀 후 인사나 평가에 있어서도 전혀 불이익이 없다.

류호영 원장은 “전 직원이 190여명 밖에 되지 않는 기관에서 1년 반 동안 15명이 육아휴직을 냈다면 인원 대비 상당히 많은 숫자”라며 “남녀 구별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고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부장급 등 간부들도 육아휴직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희망보직제도 운영하고 있다. 임산부와 다자녀 직원들이 오송 본원과 10개 사업단 중 자신의 근거지에서 가까운 곳으로 보직을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업무량과 야근이 적은 부서에 우선 배치하고 당직근무와 원거리 출장 등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임신 중인 한경희 과장은 최근 오송에서 서울로 보직을 변경했다.

근무시간도 개인별로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하교 등으로 연간 30~40명이 유연근무제를 이용하고 있으며, 임신 등을 이유로 단시간 근무를 하는 직원도 3~4명에 달한다. 근무시간 선택제를 통해 요일별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직원들도 있다. 매주 금요일은 해피 패밀리 데이로 정해 회의, 회식, 야근을 금지한다.

정명재 주임은 “가족들이 오송에 내려오지 못하고 서울·경기권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20%에 달하는데 유연근무제를 통해 일·가정 양립에 무리가 없도록 하고 있다”며 “가족친화적인 조직문화 덕분인지 기관 내에 다자녀 직원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임신은 직원 본인과 가족 뿐 아니라 회사 전체의 축복이다. 임신을 알린 직원에게 회사는 꽃바구니를 선물하며 축하한다. ‘예비맘 표식제’로 자연스럽게 임산부를 배려하도록 하고, 간호전문가를 임산부 보건담당자로 지정해 모유 수유 방법, 임산부 건강교실 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임산부에게는 10만원 한도 내에서 편의용품이 제공되며, 아기를 낳은 직원에게는 30만~300만원의 출산장려금이 지급된다. 기관 내에 유축기, 안마기 등을 갖춘 모유수유실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이어지는 따스한 배려는 직원들의 근로 의욕 고취에 크게 기여한다.

추후 야근, 주말근무, 방학기간 중 직원들이 자녀와 함께 기관을 찾아 자료실, 전산실, 체력단련실 등에서 학습과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패밀리 인 KOHI’ 운영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직원 가족을 초청해 기관을 소개하고 견학하도록 하는 ‘KOH 뉴커머스 데이’도 새롭게 실시한다. 이곳에서 양육은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공동의 의무라는 의식이 짙게 배어 있다. 이처럼 가족친화문화가 자연스러운 조직문화로 정착되고 있는 데에는 류호영 원장의 관심과 의지가 있었다.

류 원장은 “가족친화제도들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와 근로의욕이 많이 향상됐다고 느낀다. 최근 한 인턴 직원으로부터 일·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원의 분위기가 정말 좋아 기회가 되면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며 “가정을 가진 근로자들이 부담을 최소화하며 일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가족친화경영이 우리 회사의 문화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분위기를 개인이나 원 차원이 아니라 사회에 확산시키도록 하고, 앞으로도 저출산, 고령사회 극복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은?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은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법’에 근거해 지난 2007년 설립된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보건복지에 관한 교육, 훈련 등을 수행해 보건복지 관련 업무 종사자들에게 전문성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하고 보건복지분야 발전을 도모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보건복지분야 정책개발 및 생태계 조성 △사회복지분야 인재양성 △보건의료 및 보건산업 분야 인재양성 △보건복지 정책서비스 개발지원 △오픈러닝교육 및 교육 플랫폼 운영 △글로벌 협력 및 교육지원 등이 있다. 올해는 874개의 교육과정에 17만7000명이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2010년 충북 오송으로 본원을 이전함과 동시에 국내 공공기관 중 13번째, 복지부 산하 기관 중 최초로 가족친화인증을 받았고, 2013년 연장 인증 후 현재 재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7월에는 4회 인구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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