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X)/싫증(O)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대해 한번쯤 지루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에 대해 ‘반복되는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때 ‘싫증’을 ‘실증’으로 잘못 표기하기 쉽다.

한글 맞춤법 27항은 ‘둘 이상의 단어가 어울리거나 접두사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은 각각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둘 이상의 어휘 형태소가 결합한 합성어나 어근에 접두사가 결합한 파생어일 때 발음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실질 형태소의 원래의 모양을 밝히어 적어 그 뜻이 분명히 드러나도록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싫은 생각이나 느낌. 또는 그런 반응’의 뜻으로 자주 쓰는 ‘싫증’은 ‘싫다’의 어간 ‘싫-’과 한자어 명사 ‘증(症)’이 결합하여 형성된 합성어이므로 ‘싫증’으로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따라서 위의 예문은 ‘그는 반복되는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라고 써야 한다.

 

어렴풋이(O)/어렴푸시(X)/어렴풋히(X)

“충남은 달놀이에서 돌아온 친구들이 왁작 떠들어대는 소리를 ‘어렴풋이(?)/어렴푸시(?)/어렴풋히(?)’ 들으며 코를 베어가도 모를 만큼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이 속담은 ‘어떤 짓을 해도 정신을 못 차릴 만큼 깊이 빠졌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이다. 이 속담에서 ‘어렴풋이’에 주목해보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어렴풋이’는 표준국어대사전 ‘기억이나 생각 따위가 뚜렷하지 아니하고 흐릿하게’, ‘물체가 뚜렷하게 보이지 아니하고 흐릿하게’, ‘소리가 뚜렷하게 들리지 아니하고 희미하게.’라는 의미로 등재되어 있다. 이와 함께 한글 맞춤법 25항에서는 ‘-하다’가 붙는 어근에 ‘-히’나 ‘-이’가 붙어서 부사가 되거나, 부사에 ‘-이’가 붙어서 뜻을 더하는 경우에는 그 어근이나 부사의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 여기에 속하는 예 중 ‘-하다’가 붙는 어근에 ‘-히’나 ‘-이’가 붙는 경우에는 ‘급히, 꾸준히, 딱히’ 와 ‘깨끗이’ 등이 있다.

따라서 의미와 함께 맞춤법 규정에 따라 ‘어렴풋이’로 적는 것이 맞다. 즉 위의 속담은 ‘충남은 달놀이에서 돌아온 친구들이 왁작 떠들어대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으며 코를 베어가도 모를 만큼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말았다’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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